베이스 김석준, 재도전한 '에바 마르톤 국제 성악 콩쿠르'서 준우승

입력 2026-09-07 10:42
수정 2026-09-07 10:45
한국인 베이스 김석준(33)이 유럽의 주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한 달 사이 연달아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달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열린 국제 바그너 슈티멘 콩쿠르 2위에 오른 지 불과 25일 만이다.

김석준은 5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7회 에바 마르톤 국제 성악 콩쿠르(Eva Marton International Singing Competition)’ 결선에서 2위에 올라 상금 2만 유로(약 3,000만 원)를 받았다.

이번 수상이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김석준은 지난 2024년 제6회 대회 당시에도 1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2년 만에 같은 무대로 돌아와 재도전 끝에 2위를 거머쥐었다.

김석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작년 이 콩쿠르에 도전했을 때 파이널 라운드에서 아쉽게 상을 받지 못했는데, 다시 도전해 큰 상을 받게 돼 진심으로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성악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칼만 센나이가 지휘하는 헝가리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진행된 결선에서 김석준은 상반된 매력의 베이스 레퍼토리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필리포 2세의 아리아 'Ella giammai m’amo(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를 통해 국왕의 고독한 내면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한편, 베버의 '마탄의 사수' 중 카스파르의 아리아 'Schweig! Schweig!(조용히! 조용히!)'로 독일 낭만 오페라의 강렬하고 악마적인 성격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뉘른베르크 음대에서 수학한 김석준은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오페라스튜디오를 거쳐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마술피리'의 자라스트로, '맥베스'의 방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달란트 등 선이 굵은 주요 베이스 배역을 다수 맡아왔다.

특히 올여름 그의 행보는 독일 및 바그너 레퍼토리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달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개관 15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 바그너 슈티멘 콩쿠르에서도 '탄호이저'의 헤르만, '신들의 황혼'의 하겐 아리아를 불러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편, 헝가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에바 마르톤의 이름을 따 2014년 창설된 이 콩쿠르는 리스트 음악원이 주최하며 2년마다 열린다. 세계 40개국 265명의 지원자 중 본선에 오른 80명이 경쟁을 펼쳤으며, 이 중 12명이 최종 결선에 진출했다. 심사위원장은 에바 마르톤이 직접 맡았고,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캐스팅 디렉터 피터 마리오 카토나 등 세계 오페라계 주요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대회 1위는 상금 3만 유로와 함께 청중상, 리스트 가곡 최고 연주자상까지 싹쓸이한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발렌티나 프라브디나에게 돌아갔다. 3위는 아르메니아의 소프라노 아르피 시나냔이 차지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