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의 해외 이용자 전용 플랫폼 ‘번장 글로벌’에는 ‘K팝 은어 사전’이 있다. 일명 ‘K위키’(사진)다.
이곳에는 ‘Migongpo’(미공포), ‘dankon’(단콘), ‘yeokjogong’(역조공) 등 언뜻 보면 뜻을 알 수 없는 용어들이 100여 개 실려 있다. 미공포는 ‘미공개 포토 카드’, 단콘은 ‘단독 콘서트’, 의 줄임말이다. 역조공은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팬 서비스 차원에서 주는 선물을 뜻한다. 국내 K팝 팬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해외 팬들에겐 생소하다.
중고 아이돌 굿즈(기획 상품)가 거래되는 과정에서 해외 이용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번개장터는 번장 글로벌에 이런 서비스를 심었다. 판매자들이 은어를 붙여 등록한 상품에 대한 해외 팬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은어를 포함해 판매자가 물건을 내놓으면서 써둔 설명이 자동으로 번역되는 시스템이다. ‘migongpo’라고 검색하면 뜻·예문과 함께 현재 판매 중인 미공개 포토 카드가 모두 검색돼 나오는 식이다. ‘mi-gong-po’, ‘Mi Gong Po’ 등의 표기도 함께 걸러진다.
미공포는 ‘unrealeased photocard’라는 영단어로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번장 글로벌은 K팝 외국인 팬들이 커뮤니티에서 한국말로 된 은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원문을 그대로 살려야 이용자가 찾거나 이해하기 쉽다고 판단했다”며 “일일이 번역하는 대신 단어는 그대로 두고 뜻을 설명한 사전을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K위키에는 네고(가격 협상), 에눌(가격 인하), 쿨거(문의 없이 즉시 구매), 급처(시세 이하 급매) 등 국내 중고 거래 시장에서 흔히 쓰는 용어도 포함돼 있다. 민트급(최상 상태), 풀박(구성품 완비), 실착(실제 착용), 실사(판매자가 직접 찍은 사진), 실측(직접 잰 치수), 무배(무료배송), 정핏(오버사이즈가 아닌 딱 들어맞는 핏) 등 중고품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쓰이는 줄임말도 다수 있다.
단순히 중고 거래를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중고 거래 문화 자체를 수출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칼퇴(정시 퇴근), 워라밸(초과 근무 없는 기업 문화), 꼰대(타인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사람), 현타(감정적 공허함), 월요병(주말 뒤 월요일에 느끼는 우울감), 불금(불타는 금요일) 등 중고 거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은어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옮겨 놨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해외 K팝 팬들은 굿즈 구매를 위해 더욱 많은 한국어 표현을 익히고 있다”며 “해외 이용자들이 상품을 찾는 과정 전반을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를 계속해서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번개장터는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 중 유일하게 개인 간(C2C) 국경을 넘는 거래를 지원하며 K팝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2023년 7월 출시한 해외 이용자 전용 역직구 플랫폼 ‘번장 글로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올해 4월 기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거래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56% 뛰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거래액은 같은 기간 33% 늘었다.
K위키 같은 부가 서비스를 지원하는 건 K팝 굿즈의 비중이 커서다. 포토카드, 앨범 등 ‘스타굿즈’가 상반기 거래 건수의 60.3%였다. 번장 글로벌에 실려 해외로 나간 중고품 10건 중 6건이 포토카드였단 얘기다. 포토카드나 비공식 굿즈 등은 한정 수량으로 배포되는 비매품인 경우가 많아 개인 간 거래가 특히 활발하다. 포토카드는 단일 품목으로 번장 글로벌 전체 거래액의 35%를 차지한다. 건당 평균 4만2000원에 거래된다.
전 세계 235개국에서 번장 글로벌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의 45.5%가 미국에서 나왔다. 캐나다, 호주, 영국, 싱가포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상위 5개국 비중이 전체의 66.4%다. 에이티즈,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키즈, 플레이브 등 4개 아이돌 그룹의 포토카드가 전체의 33.5%였다. 에이티즈의 멤버 산의 포토카드는 등록된 지 82초(1분 22초)만에 판매된 적도 있었다.
해외 수요 증가세에 발맞춰 번개장터는 결제·배송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물건을 보낸 시점부터 배송 대행 창고를 거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결제 수단도 신용카드, 페이팔, 알리페이, 위챗페이에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를 더해 6종으로 늘렸다. 배송 파트너사 역시 기존 딜리버드코리아에 에이블유니온, 에프디 등 2개 사를 추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줬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