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과장 선에서 막혀? 알았어" 짙어지는 로비 의혹

입력 2026-09-06 18:28
수정 2026-09-07 01:33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바이오기업 제넨셀의 신약 임상시험 인허가와 관련해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뿐 아니라 실무 담당자에게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6일 공개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공익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김 후보자 해명을 궁색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잇달아 폭로했다. 브로커 양모씨는 제넨셀 대표와의 통화에서 “오빠에게 캐시 딱 2000(만원)을 쥐여주려고 했다”고 하는 등 대가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도 드러났다. 김 후보자 사퇴와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이 이날 폭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신약 임상시험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1년 10월 12일 양씨와의 통화에서 “(식약처장에게) 직접 챙겨보라고 얘기해볼게. 무슨 처 어디야. 보고해 달라고 할게”라고 말했다. 재차 이뤄진 통화에서 양씨가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요”라고 토로하자 김 후보자는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 알았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 측에서 언론에 청탁 문자 두 번이 전부라고 하는 것 같은데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로비의 불법성과 실질적 영향력, 관계자들의 사익 편취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문자를 보내자 실무자에게 압력이 전달되기도 했다고 한 의원은 주장했다. 식약처장 비서 고모씨가 임상정책과장에게 문자메시지로 “과장님, 김승원 의원이 따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처장님이 챙겨보되 다음부터는 그쪽에서 이런 얘기 안 나오게끔 해달라고 하셨습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제넨셀 대표 강모씨는 임상시험 인허가를 받은 다음날 양씨와의 통화에서 “니(양씨)가 애써서 제넨셀에 완전 명분이 생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양씨는 “그래야죠. 이거 벌어서 사실은 승원 오빠에게 캐시 딱 2000 쥐여주려고 그랬다”고 답했다. 강씨는 “그런 거 내가 그냥 줄게. 내가 너 돈 벌라고 1억을 그냥 준 거잖아”라며 “그런 거는 내가 줄게. 필요하면 얘기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실무진까지 전달된 성공한 로비였던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이날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요청한 것은 승인이 아니라 심사 상황의 점검과 보고였다”며 “심사 지연 사유를 확인하려고 했을 뿐 녹취록 어디에도 조건 없는 승인이나 기준 완화, 절차 생략을 요구한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로비 정황을 뒷받침하는 김 후보자와 양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후배 판사와 함께 양씨를 만난 사진이 최근 공개되자 “2022년 2월께 공개된 사적 모임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 이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이 전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2년 2월 양씨와의 통화에서 “동생, 보고 싶어서 눈에서 눈물이 나네 그냥”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씨는 “나 하남인데 1시간 후에 도착인데 그래도 돼?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 테니까 주소 주세요”라고 답했다.

같은 날 재차 이뤄진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20~30분밖에 못 보면 아쉽잖아”라고 하자 양씨는 “안 아쉬워. 물건을 잔뜩 챙겨서 가고 있으니까 일단 있어봐”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