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준비 안된 근로감독 지방화…전문성 부실에 '향독관' 우려까지

입력 2026-09-06 17:46
수정 2026-09-07 00:54
근로감독권은 강해지고 집행 권한은 지방으로 확대되는데, 수사 전문성과 통제 체계는 거꾸로 약해지고 있다.

오는 12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되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감독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사각지대를 현장에서 살피겠다는 취지지만 노동감독관은 단순한 행정공무원이 아니다. 피의자를 조사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까지 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다.

무엇보다 수사를 지휘할 지자체 체계가 충분히 준비됐는지 의문이다. 지방감독관의 수사는 감독관을 겸하는 지자체 4급 부서장이 지휘하지만 노동·수사 경력을 요구하는 별도 자격 요건은 없다. 여기에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지휘·감독권마저 사라진다. 외부 통제 없이 근로감독 수사 지휘권을 사실상 지자체장이 행사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성도 문제다. 신규 감독관의 실습·사례 교육은 2022년 192시간에서 올해 12시간으로 94%나 줄었다. 정부는 내년에 노동감독관을 700명 더 늘릴 계획이다. 사람과 권한을 늘리는 속도만큼 숙련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감독 강화가 미숙한 수사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과 유착한 ‘향(鄕)독관’ 우려도 크다. 고용노동부가 발주한 연구에서도 지자체장의 정치적 이해, 학연·지연에 따른 사업주와의 유착, 선거를 의식한 과잉·과소 감독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 토론회에서 지방 이양이 근로감독 행정의 통일성을 훼손하고 지자체별 격차와 노사관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도 순환보직에 따른 전문성 저하와 지역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제81호 협약도 노동감독관의 독립성과 적절한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근로감독은 행정서비스가 아니라 기업과 개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국가 공권력이다. 권한을 지방으로 나눌수록 적격 심사와 전문 직위제, 충분한 수사 교육과 독립적 이의 심사 등 견제장치는 더 엄격해야 한다. 전문성 없는 수사와 지역마다 제각각인 법 집행은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