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마트가 마라톤까지…롯데마트, 업계 첫 3000명 '통큰런'

입력 2026-09-07 07:00
수정 2026-09-07 09:06


롯데마트가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자체 마라톤 대회를 연다. 참가비 전액을 기부하는 행사로 마라톤 자체를 통해 수익을 내기보다는 3000명의 소비자와 임직원을 한곳에 모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품을 싸게 파는 데 활용했던 ‘통큰’ 브랜드를 할인 행사를 넘어 스포츠·체험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오는 11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2026 통큰런’을 개최한다. 대형마트가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대규모 마라톤 대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큰런은 10㎞와 5㎞, 3㎞ 가족런으로 구성된다. 전체 참가 인원은 3000명으로, 이 가운데 1000명은 롯데마트·슈퍼 임직원으로 채운다. 일반 참가자 모집 인원은 2000명이다. 참가비는 종목과 관계없이 3만원이며 오는 14일부터 참가자를 모집한다. 10㎞와 5㎞는 만 14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고, 가족런은 연령 제한이 없다.

눈에 띄는 점은 수익을 내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참가비는 전액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보바스어린이재활센터 등을 통해 기부된다. 에너지 취약계층의 난방비와 환아 재활치료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행사 자체로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다. 참가비를 기부하면서 참가자에게 공식 티셔츠와 배번호표, 레이스·완주 키트 등을 제공해야 한다. 행사장 운영과 안전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발생한다. 행사 운영을 지원할 자원봉사자만 220명을 별도로 모집한다. 결국 마라톤 개최 비용을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투자로 보는 셈이다.

특히 롯데마트가 최근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롯데마트 사업부는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한 1조3295억원을 기록했지만 3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국내 사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연간 기준 적자로 돌아섰다. 비용 효율화가 중요한 상황에서도 당장의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대규모 행사를 택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회공헌 행사라기보다 ‘통큰’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투자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부터 롯데슈퍼와 함께 매달 대규모 할인 행사인 ‘통큰데이’를 열고 있다. 장어와 한우, 삼겹살, 수박 등 주요 먹거리를 파격적으로 할인하면서 ‘통큰’을 롯데마트의 대표 행사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상반기 통큰데이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통큰런은 이 브랜드가 매장 밖으로 나온 첫 대규모 체험형 행사라는 의미가 있다.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마트’라는 이미지만 각인시키는 대신 달리기와 기부를 결합해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가격 경쟁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대형마트가 고객의 여가시간까지 브랜드 접점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러닝의 특성도 유통업체에는 매력적이다. 대회를 열면 수천 명이 같은 티셔츠를 입고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노출된다. 참가 신청부터 대회 당일까지 소비자와 여러 차례 접점을 만들 수 있고, 완주 인증사진 등이 SNS에 올라오면 추가적인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족런을 별도로 만든 것도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대형마트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부를 결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기업 이름을 내건 마라톤보다 참가 명분을 만들면서 사회공헌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로선 수천만원대의 참가비를 기부하면서도 실제 기부의 주체에는 고객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행사 손익보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다시 매장을 찾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가격 할인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유통업체들이 스포츠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