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이어 고양종합운동장에서도 단독 공연하며 솔로 가수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재증명했다. 트로트를 넘어 다(多) 장르를 소화하는 보컬리스트로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나간 그의 무대는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엄마·아빠, 아들·딸까지 삼대가 즐기는 공연으로 절대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3시간 동안 29곡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실력은 기본이다.
임영웅은 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2(IM HERO - THE STADIUM 2)'를 개최했다. 지난 4일 시작해 다음 날인 6일까지 이어지는 스타디움 규모의 공연이다.
2024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고 10만 관객을 동원했던 임영웅은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2'를 통해 재차 스타디움 무대를 밟았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는 3일간 총 9만5000명의 관객이 동원된다.
공연장 인근은 일찍부터 하늘색 의상을 맞춰 입은 영웅시대(공식 팬덤명)로 북적였다. 손을 꼭 잡고 게이트로 향하는 모녀, 부모님을 배웅하며 공연 종료 후 만날 위치를 알려주는 자녀들, 연신 웃음꽃을 띄우는 백발의 어르신들, 인증샷을 남기는 젊은 부부와 친구들까지 다양한 하늘빛 추억이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오후 6시 30분.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하얀 슈트를 입은 임영웅이 무대에 등장하자 3만여 관객들의 우렁찬 환호가 고양 하늘에 울려 퍼졌다.
공연의 포문을 연 곡은 10년 전 발매된 데뷔곡 '미워요'였다. 임영웅은 시작부터 여유로운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노래했다. 깨끗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이 귀를 편안하게 했다. 이어 '사랑은 늘 도망가', 프랭키 밸리의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 커버, '모래 알갱이'까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래해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오프닝 이후 임영웅은 인이어를 빼고 관객들의 환호를 온몸으로 느꼈다. 우렁찬 함성에 깜짝 놀란 그는 "어제 공연으로 인해 목이 완전히 풀렸기 때문에 오늘 미친듯이 노래를 할 것"이라고 말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2016년 8월 데뷔한 임영웅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오프닝 첫 곡으로 '미워요'를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특별한 해에, 특별한 곳에서, 누구보다 특별한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고 행복하다"면서 "10년 전을 떠올리면서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오늘도 저랑 즐길 준비 되셨죠?" 힘찬 외침에 장내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넓은 스타디움을 혼자서도 꽉 채우는 임영웅의 에너지와 다채로운 장르 소화력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순간을 영원처럼'에 이어 '무지개'를 부를 땐 댄서들과 안무를 맞추며 밝고 신나는 무드를 극대화했고,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로는 트로트의 정석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발라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가창할 때는 단단한 고음이 터져 나와 전율을 일으켰다.
임영웅에게 빠지게 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요인은 단연 실력일 테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인생찬가'를 부를 때는 안정적이고 또렷한 발성은 물론이고, 짙고 깊은 감성까지 더해 강한 여운을 남겼다. '인생찬가'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기에 앞서 임영웅은 "오늘 이 순간이 기억 속에 영원히"라고 말했고, 팬들과 함께 "찬란하라"라고 합창하며 진한 감동을 안겼다. 메인 돌출무대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는 워터스크린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배가했다.
'온기', '비가와서',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를 잇달아 부를 땐 관객들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임영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하듯이 차분하게 노래하다가, 이내 고음을 길게 내뱉으며 절절하게 감정을 토해내는 조화로움에서 지난 10년간 노래하는 일을 대해온 임영웅의 자세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공연에는 밴드와 코러스 외에 합창단도 함께했는데, 임영웅의 모교인 경복대학교에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부디 행복해질 것' 무대에서 임영웅과 35명의 경복대학교 합창단이 특별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오는 8일 공개되는 스페셜 디지털 앨범 '아임 히어로 10(IM HERO 10)'에 수록되는 곡들을 먼저 만날 수 있는 자리로 기대를 모았다. '바일라(Baila)'와 타이틀곡 '또또'까지 라틴풍의 리드미컬하고 흥겨운 무대가 펼쳐져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밝고 재치 있는 느낌의 '뉴욕'으로도 임영웅의 또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하는 임영웅'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으로 이어졌다. 할머니, 엄마, 딸 삼대가 같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거부감 없이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대중가수'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동차를 타고 '나는야 히어로'를 부르는 임영웅의 뒤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동시에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공연을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객석에서는 '3대 대통합하려다 나 혼자 왔어요. 손녀는 감기', '임영웅 공연 보려고 6자매 완전체' 등의 플래카드가 보였다.
앞서 임영웅은 한 방송에서 "사실 난 팬들이 지금 노래를 좋아해 주지만, 히트곡을 가진 가수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하지만 세대 구분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한 현 시대에 연령을 아우르는 가수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악을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는 데에는 나이가 필요 없다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가치. '히어로(HERO)' 무대 때는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었다. 여느 아이돌 공연장 못지않은 풍경이었다. 하늘에서는 화려한 폭죽이 터졌고, 아리랑 멜로디가 흘러나오며 웅장함을 더했다.
앙코르에서는 한국적인 사운드가 가득 담긴 신곡 '모이세'가 베일을 벗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어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살아온 우리에게'까지 부르며 공연을 마쳤다. 10주년의 의미를 담아 마련한 드론쇼에서 임영웅은 "앞으로도 여러분과 더 많은 계절과 행복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