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타이안시가 로봇의 대규모 실험·실증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는 11월 타이산에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4족 로봇개가 실제 산악 지형을 오르는 제1회 세계 로봇 타이산 등반대회가 열린다.
타이안시는 타이산의 급경사와 수천 개 돌계단, 불규칙한 고저차를 활용해 로봇의 균형 제어와 장애물 회피, 배터리 지속시간, 낙상 후 자율 복구 능력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대회와 함께 체화지능 산업 정상회의와 로봇 전 산업망 전시회, 투자협력 상담회까지 열어 타이산을 로봇 기술 검증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명산 타이산으로 산악 데이터 쌓는 中 7일 타이안시에 따르면 오는 11월 타이산에서 제1회 세계 로봇 타이산 등반대회가 열린다. 세계 최초 전문 산악 로봇 경기로 추진되고 있다.
경기장은 별도로 만들지 않고 타이산의 대표 등산로인 훙먼에서 중톈먼까지 약 4.5㎞ 구간을 그대로 이용할 방침이다. 고도 차가 약 600m에 이르고 3000개가 넘는 돌계단이 이어지는 곳으로, 일반인이 걸으면 2~3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대회는 완셴러우, 더우무궁, 징스위, 후톈거, 후이마링을 거쳐 중톈먼까지 오르는 코스로 이뤄진다.
평평하게 정비된 실험실과 달리 타이산에는 돌계단과 급경사, 불규칙한 고저차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로봇 입장에선 균형 알고리즘부터 배터리 지속시간, 장애물 회피,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나는 능력, 관절 내구성과 경량화까지 한꺼번에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표 명산인 타이산이 체화지능의 자연 극한 시험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로봇이 산을 오르며 확보한 데이터는 응급구조와 산악 탐사, 전력·시설물 야외 순찰 등에 활용하는 특수 로봇 개발로 연결될 방침이다.
이 같은 실증 경쟁은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화한 체화지능 전략과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체화지능 실경훈련 특별행동을 발표했다. 실제 생산·생활 현장에서 로봇을 반복 훈련시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고품질 실물 로봇 데이터를 축적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말까지 대표적인 현장에서 로봇의 상시 배치를 검증하고 100개 이상 고부가가치 응용 장면을 발굴해 만대급 보급 능력으로 연결하는 목표도 제시했다.로봇개가 짐 나르고 휴머노이드가 등반 이같은 현상은 현재 체화지능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병목과도 관련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로봇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물리세계에서 얻는 데이터 부족과 로봇의 두뇌 성능이 상용화를 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드웨어·데이터·모델·응용 장면을 하나의 폐쇄형 반복 학습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실제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상황을 경험시키느냐가 로봇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타이안시가 타이산을 내세운 것도 한 번의 이벤트만을 위해선 아니다. 타이안의 로봇·지능형 장비 관련 기업은 300여 곳으로, 지난해 매출은 587억8000만위안(약 11조8000억원)에 달했다. 응급구조·특수순찰 로봇, 인간 모사형 양조공정 로봇 등이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세계 2위권 유리섬유 업체인 타이산유리섬유를 기반으로 로봇 구조재와 반도체 패키징 소재 공급망도 갖추고 있다. 타이안시는 체화지능 훈련장과 고체에너지 구동 지능형 로봇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1억위안 규모 산업 지원금의 중점 분야에도 로봇·지능형 장비를 포함했다.
로봇 등반대회 외에도 타이산 자체는 이미 로봇의 생활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타이산에는 등산객의 다리를 밀어주는 외골격 로봇이 투입됐고, 쓰레기·물자 운송과 순찰에 로봇개 등 지능형 장비가 활용되고 있다. 타이안시는 이를 관광 서비스 혁신과 로봇 산업 실증을 동시에 얻는 방식으로 보고 있다.
타이안시 관계자는 "대회가 아니라 산업을 보고 있다"며 "올해 로봇 등반대회는 타이산이라는 세계적 관광 명소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투자기관을 끌어들이고 산악환경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산업 자산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안=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