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베이조스도 올라탄 AI붐…억만장자 자산 첫 2경원

입력 2026-09-05 14:48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자산이 처음으로 15조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경원에 이르는 규모다. 순자산이 500억달러를 넘는 부호 29명은 전체 억만장자 자산의 27%를 차지했다.

5일 자산정보업체 알트라타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억만장자 센서스 2026'에 따르면 지난해 순자산 10억달러 이상인 억만장자는 379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8.2% 늘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증가율이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총 15조1000억달러였다. 전년보다 12.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억만장자의 평균 자산은 40억달러였다. 중간값은 평균의 절반인 20억달러에 그쳤다. 일부 최상위 부호에게 자산이 집중되면서 평균과 중간값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전체 억만장자의 46%인 1753명은 자산 10억~20억달러 구간에 속했다. 20억~50억달러를 보유한 사람은 1339명이었다. 두 구간을 합치면 전체 억만장자의 82%에 달한다.

반면 자산이 500억달러를 넘는 '슈퍼 억만장자'는 29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자산은 4조1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억만장자 가운데 1%도 되지 않는 인원이 총자산의 27%를 보유한 셈이다.

2017년에는 슈퍼 억만장자가 10명이었다. 이들이 차지한 자산 비중은 7.2%였다. 슈퍼 억만장자 수는 8년 만에 19명 늘었다. 자산 비중은 약 4배로 커졌다.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기업의 가치 상승이 부의 집중을 이끌었다. 보고서는 일론 머스크와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들은 보유한 기업 지분의 가치가 오르면서 자산이 크게 불어났다.

머스크는 지난해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지켰다. 보고서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인 2026년 중반 머스크의 자산이 일시적으로 1조달러를 넘어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AI에 투자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도 벌어졌다. 알트라타는 억만장자 자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세계 상장기업 150곳을 분석했다. 2024~2025년 AI에 유의미한 투자를 한 기업의 시가총액 증가율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3% 높았다. AI 투자 여부를 판단한 최소 기준은 3000만달러였다.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클라우드, 로봇, 사이버보안 분야로 자금이 몰렸다. AI 관련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뛰었다. 창업자와 주요 주주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억만장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지역별로는 북미의 억만장자가 13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보다 11.6% 늘며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의 자산은 6조8000억달러였다. 전 세계 억만장자 자산의 45%에 해당한다.

유럽의 억만장자는 7.9% 증가한 1081명이었다. 아시아는 6.5% 늘어난 881명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억만장자의 합산 자산은 3조1000억달러로 10% 증가했다.

AI가 부호들의 자산을 키웠지만 변동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억만장자들의 재산 상당 부분은 현금이 아닌 기업 지분이다. AI 관련 기술주의 주가가 흔들리면 개인 자산도 큰 폭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보고서는 AI 관련 종목의 쏠림 위험이 미국뿐 아니라 기술주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술의 도입과 사업화가 진행되는 동안 기술기업 주가와 억만장자 자산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