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시킨 국민통합위원회 조직 구성은 거창했다. 경제·사회부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다. 정치갈등, 양극화, 세대·젠더 갈등해소, 경청소통 등 4개 분과를 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사회 갈등을 예방하고 국민 통합가치를 확산하는 것이 임무였다.
시작은 상대 진영의 거물을 간판으로 세우는 일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초대 위원장으로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한길을 임명했다.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포괄한다는 상징성이 컸다. 다만 민주당 대표라는 간판과 달리 그는 윤석열 대선 캠프 새시대준비위원장을 거친 측근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제해결형 위원회’를 표방하며 국민통합 국가전략도 내놨으나 말뿐이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여야 대치는 격화했고 진영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통합위는 살아남았다.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존속 기한을 2027년에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30년까지로 늘려 잡았다. 운영 규정에는 ‘경청과 관용’ 문구까지 넣었다. ‘모두의 대통령’을 내건 이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은 국정의 화두였다. 위원장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을 앉혔다. 보수진영 인사를 통합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1년 만에 국민통합위 실험은 또다시 좌초하는 모양새다.
그는 청와대 인사 실패를 꼬집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등 거침없는 직언을 이어갔다.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탈당까지 요구하자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헌법에 대한 무지”라고 맞받았다. 마지막은 청와대의 연임 불가 통보였다. 이 위원장은 “이 정부의 국민 통합에 관한 생각과 철학이 저와 많이 다르다”는 말을 남겼다.
국민통합위가 지금까지 증명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통합의 실패다. 인선은 통합이었지만 정치는 그렇지 못했다. 장관을 위원으로 앉히고, 연구보고서를 낸다고 해서 국민이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낼 사람이 없다면 통합위원회가 무슨 소용인가.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은 탕평 인사보다 불편한 말을 듣고 견디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