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프로덕츠가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에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는 공장을 짓는다. 에어프로덕츠가 1973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2024년 업황 부진으로 한국 시장 철수 직전까지 내몰린 회사가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2년 만에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산업통상부는 에어프로덕츠, 엑셀리스, 코닝, 퍼시피코에너지 등 미국 기업 네 곳으로부터 국내 반도체와 첨단소재, 청정에너지 분야에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4일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이 기업 관계자들과 투자신고식을 열었다.
에어프로덕츠는 한국 시장 진출 50여 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에 질소, 아르곤, 수소 등 특수 가스를 공급하는 시설을 증설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투자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설비 증설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설비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에어프로덕츠는 2년 전만 해도 한국 사업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한 예비입찰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본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아 혼란에 빠지면서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매각을 포기한 이유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몸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P5 설립 공사를 일시 중단했는데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이 공장의 산업용 가스 공급 업체로 선정될 것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데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까지 예고된 만큼 산업용 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2년 전과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어프로덕츠와 함께 국내 투자를 결정한 엑셀리스는 반도체 주요 공정인 이온주입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코닝은 첨단소재 전문 기업이며 퍼시피코는 재생에너지를 개발·운영하는 업체다. 김 장관은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 목적지이자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