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500조, 75%는 '원리금 보장형'

입력 2026-09-04 17:45
수정 2026-09-05 01:02
500조원으로 불어난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여전히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퇴직연금이 저수익 상품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디폴트옵션 역시 자금의 85%가 안정형에 쏠려 있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의 핵심 축이 돼야 하지만 원리금 보장 상품 편중과 낮은 장기수익률이 제도의 목적을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501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렀다.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 확정급여(DB)형의 수익률이 2.27%로 가장 낮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DC)형이 각각 2.99%, 3.09% 순이었다.

2023년 본격 시행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IRP 가입자가 별도로 적립금 운용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약속한 방식대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가입자의 투자 지식과 관심이 부족해 방치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 53조3000억원 가운데 85.4%는 여전히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정형에 집중됐다.

남 연구위원은 가입자가 디폴트 상품을 다시 골라야 운용이 시작되는 ‘옵트인’ 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별도 선택이 없으면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리턴펀드(TRF) 같은 장기 분산 투자 상품에 자금이 자동 투자되고,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100% 원리금 보장 상품은 디폴트옵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