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데 답을 못 찾겠다면

입력 2026-09-04 18:07
수정 2026-09-05 00:40

직장인들의 조직생활과 자기계발을 위한 ‘직장인 토요책방’을 연재합니다. 커리어 관리와 리더십부터 경제·경영, 인문·과학 지식, 재테크까지 직장인에게 유용한 책 가운데 주말에 읽어볼 만한 한 권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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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우주비행사 존 글렌은 미국인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돌았습니다. 미국 전역이 열광했고 뉴욕에서는 대규모 퍼레이드까지 열렸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40세. 인생 최고의 순간처럼 보였지만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으로 유명한 경영 구루 짐 콜린스가 이번에는 사람의 인생을 연구했습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입니다. 원제는 <왓 투 메이크 오브 어 라이프(What to Make of a Life)>. ‘한 번뿐인 삶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쯤 되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10년간 34명의 생애, 총 2809년의 삶을 분석했습니다. 우주비행사부터 록 뮤지션, 운동선수, 정치인까지 전환점을 겪은 사람들을 짝지어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했습니다.

저자는 삶의 궤도가 갑자기 끊기면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절벽’이라고 부릅니다. 절벽은 실패나 해고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은퇴나 오랫동안 좇던 목표의 달성도 절벽이 될 수 있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에게는 1980년이 그랬습니다. 세계 정상에 있던 밴드가 드러머 존 보넘의 죽음으로 해체됐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레드 제플린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 놓였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진 뒤에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기입니다. 저자는 이때 조급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인생 전체의 답을 찾으려 애쓰지 말라고 합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를 이끈 캐서린 그레이엄은 남편의 죽음으로 준비 없이 경영을 떠맡았습니다. 회사를 팔거나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당장 미래를 결정하는 대신 우선 경영을 배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필요한 인물을 영입하며 눈앞의 결정을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약 7년간 경험을 쌓은 뒤에는 펜타곤 페이퍼 공개와 워터게이트 보도를 둘러싼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영자가 돼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심플렉스 스테핑(Simplex Stepping)’이라고 부릅니다. 전체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보이는 범위에서 가장 나은 한 걸음을 내딛고, 새로 얻은 정보로 다음 걸음을 찾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할 때 목적지까지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한 걸음씩 움직이면서 어느 방향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개념이 ‘인코딩(encodings)’입니다. 여러 경험을 거쳐도 반복해서 드러나는 자신만의 성향과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남들보다 잘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떤 일을 잘해서 인정과 보상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일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잘한다’와 ‘계속하고 싶다’는 다른 이야기니까요.

돈과 일의 관계도 뒤집어봅니다.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계속하기 위해 돈을 연료로 사용하는 삶에 주목합니다. 로버트 플랜트가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레드 제플린 재결합보다 새로운 음악을 탐색하는 길을 이어간 것이 한 사례입니다.

책을 자신의 일에 대입해볼 수도 있습니다. 앞이 선명하지 않다면 관심 있는 프로젝트나 작은 역할부터 하나씩 시도해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길을 찾아가는 겁니다. 또 그동안 맡았던 업무 가운데 유독 몰입했던 일은 무엇인지, 반대로 잘해서 계속 맡고 있지만 에너지만 소모되는 일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거죠. 직함이나 인사평가보다 이런 반복적인 행동 패턴이 자신의 ‘인코딩’을 찾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인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돌아본 글렌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그는 계속 새로운 삶을 이어갔습니다. 한동안 기업에 일하다가, 정치에도 입문했습니다. 24년간이나 미국 상원의원을 지냈죠.

그리고 노년에 다시 잊고 지냈던 모험에 나섰습니다. 77세에 우주왕복선을 타고 다시 우주로 향했습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