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럴 거면 인터넷 끊어라"…PC카톡 금지에 공무원들 '술렁'

입력 2026-09-05 08:00
“제발 카카오톡 살려주세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이럴 거면 차라리 인터넷을 끊고 서면 문서로 돌아갑시다.”

서울시가 업무용 컴퓨터에서 카톡, 네이버메일 등 상용 이메일·메신저 서비스 사용을 대폭 제한하기로 하자 공무원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의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 예외 허용 기준 강화 및 인원 조정안’이 공지된 뒤 이틀 새 서울시 직원 전용 자유게시판에는 관련 글이 수십 건 쏟아졌다. 대체 수단 없이 접속만 차단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개인 메일과 휴대폰을 통한 ‘우회 전송’만 늘어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카톡·네이버메일 등 원칙적 차단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달 1일부터 업무용 PC에서 카톡 등 상용 메신저와 개인 이메일, 구글드라이브 등 웹하드 이용을 원칙적으로 차단한다. 업무상 불가피하면 국장급 이상의 결재를 받아 예외적으로 쓸 수 있지만 허용 인원은 각 기관·부서 현원의 5% 이내로 제한된다.

서울시는 “공공·민간에서 상용 메신저를 통한 정보 유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본청의 상용 메신저 이용률이 74%”라며 “5% 이하인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업무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게시판에는 ‘카톡을 막으면 재난 대응 부서는 어떻게 대처하나’ ‘PC 카톡을 통제하려면 카톡 업무 지시부터 금지해야 한다’ ‘의회 대응은 어떻게 하느냐’ 등의 글이 잇달았다.

서울시의 한 팀장급 공무원은 “우리 과는 직원의 90% 이상이 PC 카톡을 쓰는데 5%면 과장과 직원 한 명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며 “외부 기관과의 협의가 많아 카톡이 없으면 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부서 주무관도 “의회 질의가 몰리면 팀·과장과 PDF 자료를 실시간으로 카톡에서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시행 전부터 직원 사이에서는 내부 메일로 개인 메일에 자료를 보낸 뒤 휴대폰으로 내려받아 카톡방에 전송하거나 스마트폰에 무선 키보드를 연결해 업무를 보는 등의 우회책이 거론된다. ◇대체 모바일 메신저는 마련 안 돼서울시 행정포털에는 직원용 내부 메신저가 있지만 업무용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별도의 모바일 업무 메신저가 없어 외근·재난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기 어렵고 시의원·보좌진과 자치구, 해외 기관 등 외부 관계자와도 연결되지 않는다. 우회 사용이 늘면 자료가 개인 계정과 기기에 남아 관리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는 일률적인 인원 제한 대신 사전 승인 방식으로 외부 메신저를 관리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56%인 약 3550명이 카톡을 업무용 비상 메신저로 쓰고 있다. 서울시가 다른 광역단체 이용률로 제시한 ‘5% 이하’와는 격차가 크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안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서약서를 받는 만큼 직원도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재난, 안전, 교통 등 신속한 연락이 중요한 긴급 업무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추가 공지를 게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무상 불가피한 분야에는 유연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서 인원보다 취급 자료와 업무 성격에 따라 보안 취약도가 달라진다”며 “전송을 금지할 자료의 유형을 정하고 그 밖의 이용은 허용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