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자기술을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원천기술 개발을 넘어 양자컴퓨터 제조와 전문인력 육성으로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자기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베팅에 나섰다는 평가다.
정부는 내년 양자 분야 투자액을 올해보다 24.3% 늘린 3700억원으로 예산안에 반영했다. 국산 풀스택 양자컴퓨터 개발과 양자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구축, 산업 활용 사례 발굴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자금이다.
특히 내년부터 양자 기술을 실제 제품과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신규 사업이 본격화한다. 정부는 풀스택 양자컴퓨터를 제조하는 데 17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양자칩뿐만 아니라 제어장치와 운영 소프트웨어 등을 결합해 국산 양자컴퓨터 완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역별 양자산업 거점 구축도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일 국내 첫 양자클러스터 세 곳을 확정했다. 서울은 양자컴퓨팅을 바이오, 금융, 인공지능(AI) 등에 접목하는 거점으로 육성한다. 전남광주는 광통신과 광소자 산업을 기반으로 양자통신을 특화하고, 부산·울산·경남은 제조·해양·방위산업에 양자센싱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연구개발(R&D)과 기술 이전, 사업화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사이버안보 투자도 확대한다.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키 암호체계는 충분한 성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보안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양자내성암호(PQC)로 기존 보안체계를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PQC 시범 전환 지원과 관련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의 암호체계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관련 전문인력도 육성하고 있다. 양자 기술이 미래 산업뿐 아니라 국가 사이버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로 떠오른 것이다.
인재와 기업 생태계도 함께 키운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첫 양자과학기술·산업 육성 종합계획에서 2035년까지 양자 전문인력 1만 명과 양자 관련 기업 2000곳을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양자대학원 등을 통해 핵심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스타트업 투자와 산업계의 양자기술 활용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