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블랙홀에 빠졌다…묻혀버린 개각 5인방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6-09-04 19:27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의원직 유지와 정당보조금, 남편의 당직 근무 등을 둘러싼 공방이 연일 이어지면서 함께 지명된 5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 검색량부터 압도적…논란 빨아들인 용혜인
실제 온라인 관심도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4일 구글 트렌드에서 최근 1주일간 국내 웹 검색량을 비교한 결과 용 후보자의 평균 관심도는 16으로 가장 높았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7로 뒤를 이었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3이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후보자는 모두 평균 관심도가 0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용 후보자에게 쏠리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주 초반에는 강 후보자의 관심도가 한때 60에 육박하는 등 다른 후보자들도 주목받았지만, 3일 이후에는 대부분 10 안팎에 그쳤다. 반면 용 후보자는 4일 관심도가 비교 대상 가운데 최고치인 100까지 치솟으며 다른 후보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단순히 일주일 평균에서 앞선 것을 넘어 최근으로 올수록 용 후보자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구글 트렌드 지수는 절대 검색량이 아니라 해당 기간·비교 대상 가운데 검색 관심도를 상대적으로 환산한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 대통령이 과거 언급했던 이른바 '물소떼 전략'을 떠올리는 시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와 관련해 "각료 임명할 때 약간 시간 텀을 두더라도 한꺼번에 다 해버렸어야 한다"며 "물소떼 강 건너듯이 해야 한다. 그게 작전이다. 따로따로 가면 다 잡아먹힌다"고 말한 바 있다. 여러 인사를 한꺼번에 전면에 내세워 개별 후보자에게 검증 공세가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 개각에서도 용 후보자 논란이 커질수록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 쟁점이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 "용혜인은 미끼"…김승원 향하는 야권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야권은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을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 문제와 함께 당의 정당보조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용 후보자의 남편이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으로 근무하며 매달 3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아온 사실도 알려졌다. 용 후보자 의원실 보좌진 가운데 상당수가 기본소득당 당직자 출신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며 '가족당' 논란으로 번졌다.

정치권에서는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다른 후보자 검증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미 "용혜인은 미끼일 뿐 본질은 김승원"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권은 김 후보자가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구해온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였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인사"라고 규정했다. 정의당도 "검찰개혁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우회로가 될 수 없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공소취소와 관련해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검토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여기에 이른바 '신약 청탁'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2021년 지인으로부터 특정 업체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관련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24년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고,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냈다. 김 후보자 측은 통상적인 공익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청탁이 아니며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4일에는 이 의혹과 관련해 김 후보자가 경찰에 고발됐다.

같은 날 김 후보자가 해당 사건의 브로커와 현직 판사가 함께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내용도 새롭게 제기됐다. 김 후보자 측은 모임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 심사보다 약 2년 전이었고 해당 판사는 사건 영장 심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 부동산·전문성·안보…가려진 4명의 검증 포인트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게 될 홍지선 후보자 역시 과거 정책 성적표가 검증 대상이다. 홍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였던 당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맡아 '기본주택'을 비롯한 주택정책 실무를 총괄했다. 대통령실도 홍 후보자를 발탁하면서 주택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당시 추진한 사업 중 상당수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는 점이다. 기본주택과 사회주택 등 일부 사업은 사업지 선정이나 착공이 지연됐다. 당장 현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 실행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과거 공급 정책을 실제로 얼마나 현실화했는지가 홍 후보자 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 후보자는 경기도에서의 현장 경험을 살려 서울시 등과 협의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적었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 부동산 정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 후보자가 자신이 소유한 경기 과천 아파트에는 거주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전세 생활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후보자는 해당 아파트가 현재 재건축으로 멸실 중이며 매입 경위 등은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대형 신상 의혹보다는 전문성이 우선 검증될 전망이다. 기후·환경 분야 변호사와 국회의원으로 활동해왔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정책을 직접 다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현장 전문성'이 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중기부는 여성의 경력 관리용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정책을 '재생에너지 만능론'으로 끌고 가던 인사를 앉혀 실험할 자리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또한 최근 본인이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동산 문제가 추가로 제기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까지 뚜렷한 신상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2022년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맡았다는 점이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당시 군은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고 사후 검열에서는 상황 전파와 대응 작전 발령 지연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강 후보자도 이와 관련해 서면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당시 연합사 부사령관이었던 만큼 계엄 관련 역할도 청문회에서 다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은 자체 조사 결과 강 후보자가 계엄에 연루된 사실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장관 후보자 6명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한다. 이형일·이소영 후보자는 오는 15일, 강신철·홍지선 후보자는 16일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김승원·용혜인 후보자는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