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17만원→2만원'…병원 자주 안가는데 갈아탈까

입력 2026-09-06 09:30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시 4개월을 맞은 5세대 실손보험을 두고 기존 가입자들의 '갈아타기' 고민도 커지고 있다. 5세대 실손은 기존 상품보다 보장 범위가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 부담을 큰 폭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병원 이용이 많지 않아 보험료를 줄이고 싶은 가입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질병을 많이 앓았거나 향후 병원 이용이 걱정되는 가입자라면 보장 범위가 넓은 기존 초기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세대 실손보험 시대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9개 손해보험사(삼성·메리츠·DB·현대·KB·한화·농협·롯데·흥국)에 접수된 5세대 실손보험 신규 가입 건수는 지난 7월 5만1388건이었다. 6월 5만1505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5세대 실손이 출시된 5월에는 3만1422건이었다. 기존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재가입 주기가 돌아와 5세대로 재가입한 건수는 7월 2만1249건이었다.

기존 1~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한 건수는 지난 7월 1만2762건으로 6월 8649건보다 47.6% 늘었다. 5월 6063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누적 전환 건수 가운데 2세대 가입자가 42.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세대가 27.3%로 뒤를 이었고 4세대(17.3%), 3세대(13%) 순이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개인이 부담하는 병원비나 약값을 민간 보험사가 보장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1999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의료비 중 본인부담분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한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에 따라 약관과 보장 구조가 달라 세대로 구분된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은 가입자의 본인부담이 낮거나 없는 상품이 많았다. 이후 세대가 거듭되면서 본인부담을 늘리고 비급여 보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됐다. 3세대는 도수치료 등 3대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했고, 4세대는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입 비중은 2세대가 41.3%로 가장 높고 3세대(21.6%), 4세대(17.7%), 1세대(17.1%) 순이다.

지난 5월 6일부터 판매된 5세대 실손은 비급여 보장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다시 나눈 것이 특징이다. 암·심뇌혈관질환 등 중증 비급여는 기존 보장 수준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대신 비중증 비급여는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보장 한도를 축소했다.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치료는 보장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비중증 비급여 보장은 줄이고 중증 질환 보장에 무게를 둔 구조다.
보험료냐 보장이냐5년마다 재가입 주기가 돌아오는 4세대 실손과 달리 1·2세대 실손 중에는 재가입 의무가 없는 상품이 많아 초기 실손 가입자는 보험료 부담과 보장 수준을 비교해 기존 계약을 유지할지, 5세대로 전환할지 선택할 수 있다. 기존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5세대를 선택할 가장 큰 유인으로는 보험료 부담 경감이 꼽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료는 기존 4세대보다 30%, 초기 실손인 1·2세대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정부가 보험료 할인 혜택을 추가로 늘린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금융위는 올 11월부터 재가입 의무가 없는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하면 보험료를 3년간 50%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할인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되 도수치료나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면책 등 특약만 바꾸면 보험료를 30~40% 할인하는 선택형 할인 제도도 같은 시기 시행될 예정이다. 두 제도 모두 6개월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1·2세대 실손보험은 월 보험료가 1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가 공개한 예시 사례에 따르면 월 17만8489원을 내는 60대 1세대 가입자는 5세대로 단순 전환하면 보험료가 4만2539원으로 76.2% 줄어든다. 전환 할인을 적용하면 2만1270원으로 88.1%까지 줄어든다. 월 12만6673원을 부담하는 2세대 가입자는 5세대로 전환하면 보험료가 66.4% 줄어든 4만2539원이 된다.

경증 질환에 집중된 보험금을 중증 질환 보장에 더 투입한다는 제도 취지에 따라 일부 보장이 확대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항목이 임신·출산과 발달장애 급여 의료비다. 임신·출산은 산모가 분만예정일 280일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보장되며, 발달장애는 태아 상태에서 가입하면 18세까지 보장된다. 특히 중증 질환에는 연간 자기부담 상한 500만원이 신설됐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연간 5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실손보험이 보장한다.

특별한 병이 없는 초기 세대 실손 가입자라면 5세대 전환이 보험료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병원 이용이 잦거나 비중증 비급여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입자라면 보험료뿐 아니라 줄어드는 보장 범위도 따져봐야 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평소 병원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가입자라면 보험료 할인이 가장 큰 혜택"이라며 "제도 취지상 향후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도 비교적 낮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