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성수동에 대형 크루즈 갑판이 들어섰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가 오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더 하겐 크루즈(The Haagen-Cruise)' 현장이다. 하겐다즈가 올여름부터 시작한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구현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 성수동에 닻을 올렸다.
이번 팝업은 하겐다즈가 몇 년 만에 제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프로젝트다. 그동안 딸기 등 핵심 제품이나 시즌 한정판 플레이버 마케팅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에는 엄선한 원재료와 시간으로 완성되는 브랜드 본연의 깊은 풍미를 소비자에게 직접 각인시키겠다는 구상이다.성수에 구현한 '슬로우 럭셔리'
하겐다즈는 지난 7월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으로 'Deliberately rich(의도된 깊은 풍미)'를 발표했다. 다만 이 함축적인 영문 메시지를 한국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장재형 하겐다즈코리아 브랜드 마케팅 총괄은 "수개월 동안 수십 개의 한국어 카피 후보를 두고 머리를 싸맸지만, 단어로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소비자가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메시지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서울에 전 세계 최초의 팝업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차용한 테마가 '크루즈'다. 비행기나 기차처럼 목적지에 빠르게 닿는 수단과 달리, 이동하는 동안 휴식과 미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크루즈 여행의 속성이 하겐다즈가 추구하는 '슬로우 럭셔리'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장 총괄은 "세상의 모든 귀하고 좋은 것은 한 번에 훅 소비되지 않고 천천히 그 향미를 음미할 때 온전히 내 것이 된다"며 "여행지로 향하는 과정 자체가 다채로운 경험인 크루즈처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원재료와 깊은 밀도를 천천히 즐겨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강조했다.여권 채우며 즐기는 항해…벨지안 초콜릿 위에 '취향 한 스쿱'
팝업 공간은 실제 바다 위 크루즈에 탑승해 항해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방문객은 입구에서 전용 여권에 서명하며 여정을 시작한다. 선장의 안내를 따라 들어서면 크루즈 내 고급 객실을 정교하게 재현한 호텔방 콘셉트의 공간이 나타나 여행의 아늑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어 마련된 룸에서는 하겐다즈의 대표 플레이버를 둘러보고 취향에 맞는 맛을 고를 수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각 제품에 사용된 엄선된 원료 설명까지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여권을 채워 2층 라운지로 올라가면 시식이 이어진다. 이번 캠페인의 주력 제품으로 기본 제공되는 '벨지안 초콜릿' 위에 1층에서 선택한 플레이버가 맛보기 스쿱으로 얹혀 나온다. 특히 이번에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한 벨지안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 72%의 원료를 사용해(완제품 기준 총 카카오 함량 11.8%), 차가운 상태에서도 다크초콜릿 본연의 쌉싸름하고 깊은 풍미가 부드러운 베이스와 안정적인 조화를 이룬다."세계 2위 시장 한국"…'마트 아이스크림' 벗고 프리미엄 굳힌다
하겐다즈가 글로벌 첫 팝업 무대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한국 성수를 낙점한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독보적인 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장 총괄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하겐다즈를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할 만큼 본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핵심 시장"이라며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과 미적 기준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다양한 플레이버의 신제품을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테스트베드로 선보여 왔다"고 말했다.
다양한 맛을 선보이며 저변을 넓혀왔던 하겐다즈가 이번에 '브랜드 철학'을 꺼내 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남아 있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 먹는 통 아이스크림'이라는 틀을 깨고, 정통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굳히겠다는 포석이다.
장 총괄은 "지금까지는 여러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했지만, 정작 하겐다즈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를 충분히 전달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젊은 층의 감각이 모이는 상징적인 공간인 성수에서 하겐다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