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만명 정보 빼내 '블랙리스트'…삼전 노조위원장 검찰행

입력 2026-09-04 14:43
수정 2026-09-04 14:48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확보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노조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간부가 검찰에 넘겨졌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 위원장과 노조 간부 A씨를 검찰에 불구속송치했다.

최 위원장 등은 초기업노조의 쟁의행위 가결로 총파업 가능성이 커진 지난 3월 전후 회사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사내 시스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업무상 권한을 벗어난 방식으로 삼전 임직원 10만여명의 명단이 담긴 파일을 확보해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약 5개월 전부터 이 자료가 노조 가입 여부를 구분하는 명단을 만드는 데 활용됐는지 등을 수사해왔다.

사건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사내에서 직원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이 유통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사측은 당시 사내 공지를 통해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부서명과 성명, 사번, 조합 가입 여부 등이 적힌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업무와 무관하게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공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성명불상의 인물을 경찰에 고소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해 제3자에게 제공한 직원으로 A씨를 특정해 추가 고소했다.


회사 측은 A씨가 사내 업무 사이트에 약 1시간 동안 2만여차례 접속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했으며 이 과정이 사내 이상 트래픽 감지 시스템에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삼성전자 측의 고소 내용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 위원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 등도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약 5개월간의 수사 끝에 최 위원장과 A씨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들과 별개로 사내 시스템에 비정상적으로 접속한 삼성전자 직원 4명도 적발됐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인 이들은 다른 직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노조 가입 여부를 조회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이들은 개인정보를 단순 조회했을 뿐 별도의 명단을 만들거나 외부에 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등이 연루된 개인정보 대량 수집 사건과 나머지 직원 4명의 사내 시스템 이상 접속 사건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당초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포함한 각종 민·형사 사건의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에는 실제 고소 취하서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이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수사와 처벌 절차는 계속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쟁의 과정에서 직원 명단을 전달받아 업무 외적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관련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임금협상 타결 이후인 지난 5월 27일 회사 측이 선처를 요청하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며 이후 노사가 보안을 전제로 조합원 수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