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대신 공장 보여줘”…기술 배우려 中찾는 기업인들

입력 2026-09-04 15:08
수정 2026-09-04 15:27

과거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제조기지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전기차와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기술과 생산 방식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중국을 찾고 유명 관광지 대신 첨단 공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까지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해외 투자자와 기업 경영진, 창업가 등을 대상으로 첨단기업의 생산시설과 기술 현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과 선전, 상하이, 항저우, 허페이 등 주요 첨단산업 도시를 돌며 전기차 생산라인과 배터리 공장, 휴머노이드 로봇·AI 기업 등을 직접 방문하는 식이다.

기업인들이 중국 공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개별 기술을 살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파악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특히 유럽 기업들의 관심이 두드러지는데,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 데이터 분석업체 바이관이 운영하는 5일 일정의 프로그램 참가비는 최대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현장 방문 수요는 꾸준하다. 상하이의 기술기업 투어 업체 글로펜은 올해 관련 문의가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한 달에 100회가 넘는 당일 기업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을 찾는 발길은 기업인과 투자자를 넘어 일반인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샤오미의 베이징 전기차 공장은 견학을 허용하기 시작한 2024년 3월 이후 25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았다. 견학 수요가 몰리면서 추첨으로 배정되는 입장 기회가 온라인에서 최대 2000위안(약 40만원)에 거래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와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는 지난 5월 산업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침을 내놓고 현대식 공장과 산업유산 등을 활용한 견학·체험 프로그램 확대를 주문했다. 현재 중국에는 국가급 산업관광 시범기지 142곳이 지정돼 있으며, 관련 시장은 2029년 3000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우 바이관 최고경영자(CEO)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연구하고 배우려는 움직임이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을 단순한 생산 거점이 아닌 기술과 제조 방식을 직접 확인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해외 기업들이 늘면서 중국 공장을 찾는 기업인들의 발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