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에 묶인 NH·KB…대기업 IB 딜 쓸어담는 한국투자증권

입력 2026-09-04 13:47
이 기사는 09월 04일 13: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수익성 높은 기업금융(IB) 거래를 경쟁사에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자체 자본 여력이 있더라도 금융지주 차원의 RWA 한도를 함께 관리해야 해 적극적인 자기자본 투자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11월 한 달 사이 롯데케미칼 6600억원, 두산 약 4000억원, LG화학 5000억원, 에코프로 1000억원 등 1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PRS에 집행했다. 당시 PRS 수수료율은 연 4.5~5.8% 수준으로, 연간 수수료 수익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IB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RWA 한도에 막혀 대규모 거래를 인수하기 어렵다”며 “그 틈을 타 한국투자증권이 대기업 PRS 물량을 쓸어 담았다”고 말했다.

RWA는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자산 규모다.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RWA가 늘어난다. 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카드·캐피탈 등 계열사의 위험자산을 반영해 연결기준 자본비율을 관리해야 한다. 증권사가 PRS나 기업대출처럼 자기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거래를 늘리면 지주 전체의 RWA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계열사별로 RWA 한도를 배분하고 증권사의 대규모 투자에 제동을 거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지주 계열사와 달리 RWA 관리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도 기업금융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잔액은 약 22조4679억원으로 NH투자증권 약 8조7751억원, KB증권 11조원에 두 배 안팎에 달해 운용 자산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 대기업 PRS와 기업대출, 구조화금융 자산을 발굴한 뒤 이를 발행어음 북에 담아 직접 운용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까지 시작하면서 기업금융 자산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늘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자회사 주식을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넘기고 주가 상승과 하락에 따른 손익은 기업이 가져가는 파생상품이다.

반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자산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에 제약이 큰 편이다. KB증권이 올해 들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것은 지난 8월 포스코그룹 PRS이 유일했다. NH투자증권도 IB 부문에서 인수한 자산을 장기간 자체 북에 보유하기보다 기관투자가에 셀다운(재매각)하는 방식으로 RWA를 관리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입장에서는 최근처럼 PRS·기업대출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운용 수익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IB 부문에서 만든 자산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구조를 확대할수록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수익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