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달 앱 시장 정부개입, 과연 정당한가

입력 2026-09-03 18:26
수정 2026-09-04 00:47
대통령 주재회의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장면이 있다. 먼저 지난 1월 국무회의다. 지방세 체납관리단 운영비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임기근 당시 기획예산처 차관은 “지방사무이고 과거 비용분담 선례도 있으니 나중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자”는 취지로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반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졌다. 대통령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자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법률상 가능하며 지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가는 것이 경쟁 질서”라고 답했다. 임 차관이 대통령 판단의 오류 가능성을 찾는 ‘악마의 대변인’이었다면, 주 위원장은 정책 실행의 논리를 제공하는 ‘정책 합리화주의자’에 가까웠다. 성공하는 정부에는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을까.

그러면 따져 보자. 정부가 배달앱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는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두 회사가 시장점유율 93%를 차지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과점 규제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을 때 가능하다. 기업이 설령 2개뿐이라도 이들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소비자 편익이 커진다면, 가격상한제 도입은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과점=정부 자동 개입’이라는 도식화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만 특별한 것도 아니다. 대만은 푸드판다와 우버이츠 2강 체제고, 싱가포르도 그랩과 푸드판다가 합산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두 나라는 시장집중도를 이유로 음식점 수수료 상한을 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배민, 쿠팡이츠의 독과점 문제 해법으로 공공배달앱 지원을 꺼내 들었다. 현재 12개 정도인 공공배달앱 중 똘똘한 3개를 집중 지원해 합산 점유율을 15~20%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들 공공배달앱의 점유율이 2025년 5월 5.9%에서 8월 8.6%로 높아졌다며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정부는 소비자에게 303억원 규모의 공공배달앱 쿠폰을 뿌렸다. 그 비용은 당연히 국민 세금에서 나왔다. 정책을 평가하려면 앱 점유율 상승뿐 아니라 납세자의 부담까지 포함해 편익과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그 결과 사회적 총후생이 늘어났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정당화할 수 있다.

통상 문제도 있다. 예정대로 2027년 하반기까지 우버가 배민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 인수를 마무리한다면 한국 배달시장의 1, 2위 업체가 모두 미국계 기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배달앱만 집중 지원하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앱에 같은 쿠폰을 지급한다면 공공배달앱의 지원 효과는 크게 반감된다.

최근 정부 경제정책에는 공통된 흐름이 하나 있다. 시장 실패 교정이라는 교과서적 역할에 더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하고 관련 법과 제도까지 바꾼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이 치러야 할 비용에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어떤 희생과 비용을 치르더라도’ 원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가. 공공배달앱 정책에서 악마의 대변인으로 나설 이는 정녕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