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미래는 금방 올 것 같았다. 2020년이면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고, 자동차는 이동하는 사무실이나 거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자동차업계에 몸담고 있는 나 역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미래를 상상했다. 앞으로 5년이면 우리가 이동하는 모습도 꽤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흘렀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 풍경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막히는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일을 하는 내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비슷하다. “그래서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탈 수 있나요?” 기술을 오래 지켜본 사람일수록 오히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미래는 생각보다 천천히 오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미래가 우리가 예상한 모습 그대로 오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자율주행 시대를 가장 먼저 열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구글에서 출발한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여러 도시에서 사람을 태운다. 세계 곳곳에서도 새로운 기업이 자율주행이라는 신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사람이 운전하던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하나씩 적용했고, 이제는 운전석이 필요 없는 자동차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아직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동차는 아니다. 그러나 10년 전 상상 속에 있던 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미래가 늦어진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율주행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데는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가 준비돼야 하고, 도로와 도시가 변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믿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작은 진전이 쌓여야 비로소 기술은 일상이 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세상이 당장 바뀔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기대가 현실보다 앞서가면 실망도 빨리 찾아온다. 하지만 변화가 느리다는 이유로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이 경험하고 실패한 뒤 다시 도전했는지가 결국 다음 시대의 차이를 만든다.
미래는 생각보다 천천히 온다. 그러나 천천히 온다는 것과 오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미래를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남보다 먼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미래가 현실이 될 때까지 준비를 멈추지 않는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