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글로벌 결제기업 비자(Visa)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송금·정산 시장에 뛰어든다.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기술력과 비자의 글로벌 결제·자금이동 네트워크를 결합해 가상자산의 활용처를 거래소 밖 금융 영역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상품을 찾고 구매·결제하는 ‘에이전틱 커머스’까지 협력 분야로 검토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AI를 결합한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의 확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AI가 결제하는 시대
두나무와 비자는 지난 8월 28일 스테이블코인 및 AI 기반 차세대 금융·결제 시장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스테이블코인을 별도의 새로운 결제망으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결제 인프라와 연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을 통해 축적한 디지털자산 거래·보관·이전 노하우와 블록체인 인프라, 보안·이상거래탐지·자금세탁방지(AML) 등 서비스 운영 역량을 갖고 있다. 비자와의 협력을 통해 이 같은 디지털자산 역량을 실제 결제·송금·정산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서비스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나무는 현재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하는 단계로 서비스 형태와 대상, 시장, 출시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오픈USD(OUSD)를 포함해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적용 자산과 블록체인·월렛 등 기술 방식, 국가별 규제 환경과 이용자 수요, 안정성·유동성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국내 역시 서비스가 이뤄질 경우 관련 법규와 인허가, 금융기관과의 협업 등도 필요하다.
양사가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AI 기반 결제를 협력 분야로 제시한 배경에는 ‘에이전트 경제’의 확산이 있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구매·결제까지 수행하는 거래가 늘어나면 기존의 사람 중심 결제망과는 다른 결제·인증 인프라가 필요해질 수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가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 세계 AI 에이전트가 실행한 결제 1만7600건 가운데 98.6%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서클)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약 76%는 결제액이 0.3달러 이하인 소액 거래였다.
이는 AI 에이전트의 거래 방식이 기존의 사람 중심 상거래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상품을 고르고 한 번 결제하는 것과 달리 AI 에이전트는 상품을 검색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이용하고,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호출하는 등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십~수백 건의 소액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거래 단위가 작고 횟수가 많은 환경에서는 결제와 정산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에서 거래가 이뤄져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송금·정산할 수 있고 소액의 반복적인 거래도 자동화하기 쉽다는 점에서 AI 에이전트 경제에 적합한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나무와 비자 역시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AI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검토할 계획이다.
◆두나무-네이버, AI와 블록체인 접점도 관심
향후에는 두나무와 네이버의 AI·커머스 역량이 이 같은 결제 인프라와 어떤 접점을 만들지도 관심사다. 두나무는 지난해 11월 팀네이버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추진을 발표하면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을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핵심 방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네이버는 AI·검색·콘텐츠·커머스 등 이용자가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과정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와 접점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검색과 추천을 넘어 실제 구매와 결제까지 대신하는 단계로 발전하면 ‘상품을 찾는 AI’와 ‘결제를 처리하는 금융 인프라’의 결합이 중요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네이버의 AI·커머스 영역과 두나무·비자가 검토하는 AI·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다만 이번 비자와의 협력 자체가 네이버와의 공동 사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두나무는 비자와의 협력은 독립적인 전략적 협력이며 특정 제3자와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