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청구서'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달라질 사법 환경의 사회적 비용을 짚어본다. 개정법 시행으로 보완수사권을 지닌 검사를 통해 미진한 수사를 걸러내던 장치가 사라지는 만큼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대가로 어떻게 되돌아오고 있는지 추적한다. [편집자주]
<i>"최근 맡은 불송치 사건 이의신청 한 건에 1100만원을 받았다."</i>
변호사 A씨가 최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경찰도 공무원이라 터무니없이 불송치하진 않지만, 사기·횡령·배임같이 복잡한 범죄는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난 결정을 뒤집는 게 쉽지 않으니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예전 같으면 검사가 보고 '조사를 다시 하라'고 했겠지만, 사법이 민영화된 순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검사나 경찰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업무 과중으로 범죄 피해자 측이 증거 수집과 정리를 대신하거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기 위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 등이 사라지는 만큼,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경찰 업무 과중…"증거 안 가져다주면 사건 지연"
6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서 실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2020년 평균 108.4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5년간 23% 넘게 증가했다. 사건 한 건당 평균 처리기간도 올해 상반기 56.4일이 소요됐으며, 이 중 불송치 사건은 61.1일에 달했다.
이는 수사 부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이 이어지며 검사의 수사 범위는 줄고 경찰의 수사 범위는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2023년 수사준칙 개정으로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하지 못하고 접수·수리하도록 하면서 부담이 한층 커졌다.
이에 일선에서는 사건 처리를 앞당기기 위해 피해자 변호인 측이 증거 수집과 정리까지 마쳐 사실상 '완성된 사건'을 경찰에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변호사 B씨는 "검사가 하는 역할이 법에 의해 점점 줄어드는데 범죄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더 많아졌다. 경찰의 일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측 입장에선 경찰이 '증거를 가져와 달라, 표로 정리해 달라, 범죄일람표 좀 만들어달라'고 하면 만들어줄 수밖에 없다. 안 하면 우리 사건 처리가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과정도 변호인 도움 없이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 변호사 C씨는 "현재 사건 기록을 못 보는 상태에서 귀동냥으로 추측해 이의신청서를 써야 하니 난도가 굉장히 높다"며 "예전엔 관련 수임료가 330만원 정도 하다가 이제 1000만원 넘게 받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 "복잡한 형사사법 절차,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이 같은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는 2021년 8만7173건→2022년 10만3185건→2023년 9만9888건→2024년 10만4674건→2025년 11만623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5913건이었다.
또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주요 검찰청에 송치돼 최종 처분된 사건 가운데 45.6%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쳤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 등이 없어지면 기존에 검사가 담당하던 이 같은 수사의 상당 부분 역시 경찰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 B씨는 "이미 경찰의 많은 업무를 피해자와 피해자의 변호사가 하고 있는데, 여기서 검사의 역할을 더 없애면 수사 지연 문제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 입장에선 일이 더 많이 들어오겠지만 국가적으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우려했다.
형사사법 절차가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이미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 이후 절차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개정 형소법에는 불송치 이의신청 확대, 고소인의 수사기록 열람, 검사의 사실확인 및 사건관계인 면담 신청, 재정신청 확대 등이 추가됐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4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형사사법 절차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법 개정 이후 굉장히 복잡해졌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여러 장치가 더해져 더욱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그 절차는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간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사람만 새 제도를 온전히 쓰게 된다"며 "국가가 보장해야 할 절차적 보호가 사실상 시장에서 거래돼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불리하게 작동한다"고 짚었다. ◇ 전문가 "보완수사권 대체할 대안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장애인·아동학대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국선변호사를 의무 선임하도록 하는 등 보호 장치를 마련해놓은 만큼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사가 사선 변호사만큼 사건에 매달릴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D씨는 "현행 제도에서 국선변호사가 얼마나 열심히 피해자를 위해 기록을 검토하고 보완수사가 필요한 사항을 정리할 것인가는 순수하게 국선변호사의 역량과 정성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이후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할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의 민영화를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보완수사권인데 그걸 없애버렸다"며 "차라리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고 보완수사 총량을 분산시켰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를 보완하려면) 국선변호사뿐 아니라 경찰 감시 기구를 새로 만들고 경찰 인력을 늘리는 등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사법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결과가 예전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검찰이 하던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새 형사사법 체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실체적 진실은 더욱 신속히 밝히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