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을 1조원 넘게 보유하고도 시가총액은 4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서희건설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지역주택조합(지주택) 관련 규제가 완화된 데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속도를 내며 주가 재평가 기대가 커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법개정안에 지주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지주택업계 1위인 서희건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계획승인 단계의 토지 소유권 확보율이 기존 95%에서 80%로 낮아지면서 인허가 기간이 줄고 토지 소유자와의 협상도 빨라지게 돼서다.
본업의 선행지표도 돌아서고 있다. 서희건설의 수주잔액은 지난해 말 1조2502억원에서 올 2분기 말 1조8626억원으로 반년 만에 약 49%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3년가량 수주절벽을 겪었지만 올해 착공 현장이 늘어나며 수주잔액이 회복되고 있다”며 “다만 매출로 인식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서희건설에 주주서한을 보내 전체 발행주식의 19.3%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배당 성향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서희건설은 7월 자사주 2221만992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해 같은 달 15일 소각을 마쳤다. 기존 발행주식의 9.67%에 해당하는 규모다.
추가 주주환원도 검토 중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잔여 자사주 소각과 중간배당, 3개년 주주환원 계획 발표 등이 유력하다.
금융자산 증가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서희건설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술주에 적극 투자해 왔는데, 올해 반도체 랠리를 거치며 보유 주식의 평가 가치가 오른 데다 일부 주식을 매각해 차익도 실현했다. 서희건설의 올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16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3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주식·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투자자산은 6월 말 기준 4830억원으로 지난해 말(2981억원)보다 약 62% 늘었다.
특히 2분기 들어서는 보유 종목을 적극적으로 교체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팰런티어, 삼성전자 등을 일부 처분했고 삼성SDI는 1만3907주를 전량 팔았다. 차익 실현과 동시에 반도체 투자를 늘렸다. 미국 반도체 ETF인 SOXX 보유량은 이 기간 1만 주에서 3만3000주로 늘었고, 엔비디아도 5000주에서 1만2000주로 확대됐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