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대출이 바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지도'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입력 2026-09-04 06:30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대출 규제가 수도권 주택시장의 새로운 경계선을 긋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가격대와 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엇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세금과 대출의 경계에서 풍선효과와 갈아타기 수요가 나타나는 시장입니다.

먼저 주목할 가격대는 15억원 이하입니다. 대출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구간입니다. 실수요자의 접근도 비교적 수월합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비규제지역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부각됩니다.

수원 권선구와 화성 병점구, 안양 만안구, 남양주시 등이 대표적입니다. 서울보다 진입 부담이 작습니다. 교통과 생활 기반도 갖춘 곳입니다. 대출을 활용하려는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15억~25억원대 한강벨트도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포와 성수, 동작, 광진, 강동구 등 서울 중상위권 지역이 이 가격대에 걸쳐 있습니다. 성수동과 마포 일부 신축 아파트는 이미 3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상당수 주요 단지는 여전히 15억~25억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등이 대표적입니다. 강남권보다 가격 부담이 작습니다. 대출도 일정 부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급지 진입을 원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이들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0억~40억원대 시장은 세 부담과 입지 선호가 맞서는 구간입니다. 보유 부담이 커지면 매물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 지역을 떠나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면 가격 조정폭은 제한될 것입니다.

강남권 주택을 처분한 자금이 지방으로 곧바로 이동할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 입지 가치를 유지하면서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서울 준핵심지로 옮겨갈 수 있어서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엘스', '트리지움', 신천동 '파크리오' 등이 이런 수요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 단지는 강남권 진입을 원하는 수요와 강남 내부로 갈아타기하려는 수요가 함께 접근할 수 있는 곳입니다. 두 수요가 겹치면 일정한 가격 하단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입니다. 세 부담이 늘어날수록 여러 주택을 보유하기보다 미래 가치가 분명한 한 채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입니다.

사업성이 높은 강남권 재건축과 한강변 재개발에는 대기 수요가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공사비 갈등을 겪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외곽 정비사업지는 수요자의 선택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격뿐만 아니라 사업 속도와 상품성에 따라 정비사업의 가치가 갈리는 구조입니다.

매매시장의 변화는 임대차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 규제로 주택을 사지 못한 수요가 임대차시장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겹치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 있습니다.

세 부담 증가가 곧바로 수도권 주택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초고가 주택 거래는 주춤할 수 있습니다. 반면 15억원 이하 지역과 15억~25억원대 한강벨트, 30억~40억원대 준핵심지에는 수요가 몰릴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서울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가 아닙니다. 어느 가격대가 세금과 대출의 영향을 덜 받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달라진 규제의 경계가 새로운 수도권 아파트 가격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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