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올해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성인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신뢰 회복을 위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일부 연금감액제도를 폐지·완화하는 등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총은 2일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제도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여기엔 지난해 11월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7%로 '신뢰한다'는 답변(44.3%)을 웃돌았다.
경총은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 못한 재정기반 △가입유형별 이원적 보혐료 부과·징수 체계 △사회·경제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연금감액제도 △소득재분배 기능에 치우친 급여구조 △기금운용 거버넌스 전문성·독립성 부족 등을 꼽았다.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 13%에 도달한다. 소득대체율은 41.5%에서 43%로 상향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모수개혁을 통해 재정수지 적자 시점이 2048년으로 7년, 기금 소진 시점은 2065년으로 8년 늦춰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가입 기반은 빠르게 약화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30년 2120만명에서 2095년 783만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노령연금 수급자는 2030년 781만명에서 2063년 1673만명으로 증가한 뒤 2095년 10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인 제도부양비는 2030년 36.8%에서 2079년 159%로 높아진단 관측이다.
이에 경총은 매년 연금급여 인상폭을 정할 때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기대수명 증가와 가입자 감소 등 인구·경제 변수를 함께 반영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보고서를 보면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재정 안정성을 위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 방식도 손질 대상으로 꼽았다. 2023~2025년 평균 징수율은 사업장가입자 99.43%, 지역가입자 89.94%였다. 경총은 신고소득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세청 과세자료를 연계해 실제 확인소득과 차이가 클 경우 기준소득월액을 조정하는 '하이브리드형 부과체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보험료 지원 확대 방안도 제시했다. 올해부터 기준소득월액 80만원 미만이면서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 6억원 미만, 사업·근로소득을 제외한 종합소득이 연 1680만원 미만인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의 50%, 월 최대 3만7950원을 최대 12개월 지원하고 있다. 경총은 지원 대상과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감액제도도 기여와 급여 간 형평성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근로·사업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보다 200만원 이상 높은 노령연금 수급자는 초과소득에 따라 연금액이 최대 절반 줄어든다. 노령연금·유족연금 수급권이 동시에 발생하면 유족연금만 받거나 본인 노령연금에 유족연금액의 30%만 더해 받을 수 있다.
경총은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을 점진적으로 폐지할 것을 주문했다. 노령연금·유족연금 중복급여 감액도 중장기적으로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급여구조는 균등급여와 비례급여가 50대 50으로 반영되는 현행 구조 대신 비례급여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OECD 모형 기준 평균소득의 0.5배 소득자인 경우 소득대체율은 50.6%인 반면 평균소득 2배 소득자는 20.2%로 30.4%포인트 차이가 난다.
기금운용체계 개편도 주문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자산은 1458조원에 달한다. 경총은 정부와 가입자 대표 중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투자·금융 전문가 중심의 상설기구로 개편하고 위원 전원을 상근직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모수개혁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제도의 기본 원칙과 운영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가입자의 기여가 급여에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모든 세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민연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