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돈' 맡겼다가 '화들짝'…성장펀드 2차 일정 늦어진 이유

입력 2026-09-02 14:54
수정 2026-09-02 15:52

정부의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출시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코스닥시장 부진에 1차 펀드의 성과가 저조하자 2차에서 실제 투자를 담당할 자펀드 위탁운용사(GP)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검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자펀드 위탁운용사 심사 결과를 오는 3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성장금융과 금융위원회는 같은 달 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30일 펀드 모집을 시작하는 내용의 일정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국민 자금(6000억원)과 정부 재정(1200억원)을 모아 모(母)펀드 3개를 조성하고 이를 10개 자(子)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미래에셋·삼성·KB 등 3개 자산운용사가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10개 위탁운용사가 굴리는 자펀드에 투자한다. 정부 재정이 자펀드별 손실의 20%를 먼저 부담한다.

당초 지난 7월20일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접수 마감 이후 결과는 지난달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45일이 지난 시점에 결과가 발표된다. 약 3주 만에 선정 결과를 발표한 1차 때보다 늦어졌다. 이에 따라 △자펀드 운용 계획 확정 △공모펀드 증권신고서 제출 △금융감독원 심사 및 효력 발생 △투자설명서 작성·교부 및 판매사 준비 등 후속 일정도 줄줄이 미뤄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1차 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시장이 부진해 위탁운용사 선정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지난달 위탁운용사 심사가 마무리됐으나 이들이 1차 펀드에서 제안한 운용 계획과 실제 성과 등을 한 번 더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차 펀드 당시 위탁운용사들이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제출한 운용 계획과 실제 성과 등을 다시 검증하느라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1차 자펀드 운용사 10곳 중 1~2곳 정도가 이번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품 출시에 속도를 냈던 1차 때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국민참여성장펀드의 부진한 성과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한다. 실제 운용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1차 국민참여성장펀드의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지난 7월 말 기준 마이너스(-) 2.04%로 집계됐다. 후순위 출자금인 정부 재정이 자펀드별 손실을 20% 우선 부담했음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펀드별로는 '미래에셋 국민참여 국민성장'이 ?7.9%로 손실률이 가장 컸고 '마이다스 국민성장 첨단전략'이 ?7.57%로 그 뒤를 이었다. '더제이 코스닥벤처 국민성장'도 ?1.32%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나머지 7개 자펀드 수익률도 0.0~0.47% 수준에 그쳤다. 중동 분쟁, 반도체 고점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발 수급 왜곡 등으로 코스닥시장이 줄곧 급락한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1차 펀드 설정일(6월12일) 이후 7월 말까지 코스닥지수는 30.06% 하락했다. 특히 마이다스와 미래에셋은 상장 주식 투자 비중이 각각 60%, 40%를 넘어섰던 만큼 시장 충격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2차 펀드 판매 시점을 3분기로 정해둔 상황에서 앞단의 일정이 계속 밀리자 상품을 급박하게 준비해야 하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예금 상품을 판매하려면 금융회사마다 내부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일정이 지연되면서 (상품에 대해) 충분히 숙의할 시간도 그만큼 부족해진 것"이라며 "정부가 3분기 출시로 못 박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상품을 먼저 통과시키고 이후에 받은 투자설명서 등을 토대로 심의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