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돌파 후 숨고르기 중인 비트코인…클래리티법이 분수령

입력 2026-09-02 16:04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달 중순부터 강세로 돌아서며 석 달 만에 1억1000만원대를 회복했다. 미국 국채 바이백 발표 이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대규모 유동성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기대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구조화 법안인 클래리티법의 통과 여부가 향후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1억원 돌파 … 상승 흐름 2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오전 9시 종가 기준) 1억891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1억1100만원을 기록한 이후 1억800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비트코인이 1억100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오르며 1억674만원에서 4% 상승했다. 반등 속도도 빨랐다. 지난달 14일 8912만원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사흘 뒤인 17일 9000만원 선을 회복했고, 다시 사흘 뒤인 20일에는 1억원에 도달했다.

달러 기준으로도 가격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비트코인은 최근 7만달러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가파르게 올라 21일 7만3000달러를 넘어섰고, 25일 장중 한때 8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8만달러에 거래된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6만달러대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지난 7월 1일 5만8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상승세가 본격화한 계기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였다. 당시 재무부는 시장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바이백 한도를 두 배 이상 늘린다고 밝혔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직후 하락하자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국채 금리는 빠르게 반등했지만 비트코인 매수세는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수요까지 비트코인으로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임의로 발행량을 늘릴 수 없는 비트코인의 특성이 부각됐다는 해석이다.◇제도화 기대감에 상승 폭 커져가상자산 제도화 기대감도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가상자산 규정안을 발표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토큰 발행을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담은 내용이다. 이 규정안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는 클래리티법의 통과가 지연되자 SEC가 내놓은 보완책 성격이 강하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는 평가다.

다음 날에는 제도화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국채 바이백 소식이 알려진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가상자산 업계 경영진을 직접 만나 가상자산 구조화 법안인 클래리티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 법은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범위를 나누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백악관 회동에는 실제로 두 기관의 수장이 참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 상승에 그치지 않고 강세를 이어간 데는 가파른 반등에 따른 추가 매수세 유입도 영향을 미쳤다.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업계 회동 직후 가격이 오르자 하락을 예상하고 가상자산을 빌려 판 투자자들이 대거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상승 폭이 커졌다. 가격 상승이 추가 매수를 부르며 단기간에 오름세를 가속한 셈이다.◇클래리티법 표결 향방은가격 상승과 함께 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도 크게 늘었다. 파사이드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유입액은 총 34억4440만달러(약 4조7250억원)에 달한다. 하루 기준으로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날은 20일로 6억630만달러(약 8319억원)가 유입됐다. 비트코인 가격 반등과 함께 ETF를 통한 자금 유입도 이어진 셈이다.

투자 심리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데이터 조사업체 얼터너티브가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지난달 28일 ‘탐욕’에 해당하는 73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10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과열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17일에는 ‘공포’ 수준인 31에 불과했지만 닷새 만인 같은 달 22일 72까지 뛰었다. 열흘 남짓한 기간에 시장 분위기가 공포에서 탐욕으로 급격히 바뀐 것이다. 이 지수가 7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국내에서 1억7000만원대, 해외에서는 12만달러대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 향방은 이달 15일 미국 상원 표결이 예정된 클래리티법의 통과 여부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상자산 거래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기관투자가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클래리티법은 지난해 7월 하원, 지난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지난달 초 상원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이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클래리티법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