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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시작된 증시 랠리의 일등 공신은 ‘전투 개미’였다. 지난 7월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200조원어치 가까이 팔아치웠을 때 개인은 140조원어치를 공격적으로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정기예금을 깨 주식을 사는 ‘머니무브’도 나타났다.
그랬던 개미들이 최근 조정장의 트라우마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높은 지수대에서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가 지수가 조금만 올라도 ‘본전 매도’에 나서면서 상단을 제약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도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면서 3대 매수 주체가 사라진 ‘수급 공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주저하는 개인·외인·기관
2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개인투자자의 증시 순출입액은 매달 플러스를 기록하며 누적 120조원을 돌파했다. 주식 투자 열기에 불이 붙으면서 불과 7개월 만에 ‘동학개미운동’ 절정기인 2021년 연간 순유입액(75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지난달 분위기가 바뀌었다. 7월 말 급락장을 거치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시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유동성은 주가 움직임을 뒤따르는데, 7월부터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8월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했다.
‘빚투’인 신용·미수거래를 포함한 순매수 흐름을 봐도 투자심리 악화는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은 6월 54조5000억원에서 지난달 5조4000억원으로 90% 줄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하락하면서 개인도 모처럼 3조원어치 넘게 사들였지만, 또다시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6500을 밑돌 때 순매수하고, 7000 위에서 매도 압력이 커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상반기와 달리 상승장 지속에 대한 기대보다 본전을 찾으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예탁금도 5거래일 연속 100조원을 밑돌고 있다.
개인뿐 아니다. 외국인은 순매도액이 6월 58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9조9000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팔자’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기관은 오히려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손실 회피와 본전 매도, 기관은 포지션 조정, 외국인은 차익 실현 및 매크로 위험 헤지 등 모두 각자의 이유로 매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안전판도 한 달 뒤 없어져”유일하게 두 달 전보다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더 사고 있는 건 기타법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효과로 순매수액이 6월 1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1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에는 3대 매수 주체가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기타법인의 순매수만으로 지수가 소폭 오르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는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투톱이 현재 자사주 매입 속도를 유지할 경우 이르면 10월 초·중순에 매입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를 받쳐주는 안전판이 한 달여 뒤 사라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수급의 키가 외국인에게 넘어갔다고 진단한다. 김 센터장은 “탄탄한 반도체 실적과 별개로 인공지능(AI) 성장 내러티브가 계속 위협받는 상황에서 실탄이 떨어진 개인이 다시 불장을 이끌기는 힘들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최근 원화 강세도 외국인 유입에 긍정적인 신호다. 이날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368.70원을 나타냈다. 지난 6월 고점(1561.50원) 대비 12.3% 하락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