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해 온 지역 주유소 협동조합의 유사수신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출자금이 9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이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연 160%에 달하는 수익률을 내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 8592억 출자금…유사수신 혐의2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E협동조합을 상대로 유사수신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해운대경찰서는 최근 고발장을 접수하고 지난달 18일 대구에 있는 E협동조합 본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계좌 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E협동조합은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고 출자 규모에 따라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서 거액의 출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를 받는다. 유사수신행위법은 금융업 관련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장래에 출자금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2019년 설립된 E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으로 대구에 본부를 두고 전국적으로 주유소 관련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주유소를 인수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배달주유 사업을 한다. 조합원 가운데는 고령층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파악한 이 협동조합의 출자금 규모는 8592억원, 조합원 수는 지난 7월 말 기준 2만1120명에 달한다. 경찰은 해당 조합의 출자금 모집과 수익 지급 방식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조합원이 여러 구좌에 가입하거나 거래액이 중복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규모는 압수물 분석 이후 확정될 전망이다. ◇ 연 160% 고수익 내걸어이 조합은 고수익을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만원을 출자하면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고, 출자금이 늘어날수록 월 지급액도 커진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5구좌인 1500만원을 출자한 경우 매달 200만원을 지급해 단순 환산하면 수익률이 연간 약 160%에 달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은 주유소나 공동구매 등 사업 수익만으로 이 같은 지급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가입 과정에서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고 원금도 보장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실제 환급을 요구한 이후 지급이 지연되거나 계약서와 약관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에서 접수된 민원 내용과 계좌 흐름을 함께 분석하고 관련자들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 관계자는 “폰지 사기를 벌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 유사수신 급증…年 295건 신고유사수신 관련 범죄는 지속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수신 관련 신고·상담은 2020년 152건에서 지난해 295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범행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허위 투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금 보장을 약속하거나 드론 투자, 미술품 재테크 등 신사업을 내세워 고령층 등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식이다. 영농조합법인 등을 앞세워 농수축산업과 쇼핑몰 사업으로 수익을 낸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뒤 가상자산 배당과 고수익을 약속한 휴스템코리아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 조직이 약 20만 명에게서 3조원대 자금을 수신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기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 이자율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지급한다는 투자 권유에 주의해야 한다”며 “사업의 실제 수익 구조와 원금 반환 조건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