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낮추기' 급한 트럼프 정부…스테이블코인으로 급한 불 끄나

입력 2026-09-02 18:18
수정 2026-09-03 01:56
월스트리트 금융사가 주도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미국의 국채 금리 안정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많아질수록 준비자산으로 쓰이는 미 단기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단기물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물 바이백(재매입)에 활용해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사진)의 채권시장 안정 시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역점 과제인 암호화폐 입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단기물 발행을 늘리고 이를 재원으로 장기물 바이백을 확대하는 ‘재무부 트위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장기물 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어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미 국채의 연결고리는 지난해 제정된 암호화폐 관련법 ‘지니어스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가상자산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옹호했다. 이런 기조의 연장선에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행규칙 제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여기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주체는 해당 가치만큼의 현금이나 만기 93일 이하 미 국채를 보유해야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수록 미 단기 국채 수요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베선트 장관이 추진하는 ‘국채 만기 구조조정’과 맞물린다. 재무부가 단기물 발행을 늘리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장기물을 바이백하면 장기채시장의 수급을 개선해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현금보다 미 국채를 선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스펜경제전략그룹은 보고서에서 “은행에 1달러가 들어오면 이 가운데 약 8센트가 단기물에 투자되는 데 비해 스테이블코인으로 1달러가 유입되면 약 80센트가 단기물로 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구조를 바꿀 정도로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WSJ는 “베선트 장관은 세계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2030년 3조7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5년 기준 약 3000억달러인 시장이 10배 이상 성장해야 도달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짚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