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성장 포기, 복지 확대는 있을 수 없고 성장·복지 동시 확대는 이상적이나 비현실적”이라며 “부득이하게 현재는 성장에 집중해 파이를 키울 때”라고 밝혔다. 분배보다는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은 경제 정책 방향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일 X(옛 트위터)에 820조원 규모인 내년도 예산에 양극화 완화 정책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신문 사설을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내년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재원 증가율이 29.7%로 1위였다. 보건·복지·고용 재원 증가율(9.3%)을 압도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전 정권이 만든 성장 보릿고개라 일단 성장 회복에 더 주력해야 한다”며 “지속적 성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0% 성장에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게 되면 양극화는 더 확대되고 심지어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썼다.
이 대통령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 2기 경제라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우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라는 파이를 키우는 정책은 현 정부 내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만족하긴 어렵겠지만 복지 확대에도 애쓰고 있다”며 “심지어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비난도 있다”고 적었다."성장 없인 복지 없다"…李, 성장률 우선 정책 2기 경제라인에 주문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저성장 고착화냐, 잠재성장률 반등이냐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발표를 계기로 확장 재정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틀 연속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경제 정책은 성장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표적으로 미래대응기금(162조원 이상) 가운데 45조5000억원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사업에 쏟아붓는다. 지난 5월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과실에 따른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국민배당금을 제안하자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던 터였다.
경제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언급한 규제,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등 6대 분야의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정부에서는 6·3 지방선거 이후 구조개혁 등 경제 체질 강화에 나설 계획이었다. 2028년 총선거 전까지 2년간 선거가 없는 만큼 반발을 상대적으로 덜 의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공공기관 통폐합 외에는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던 하후상박으로의 기초연금 개편은 이런 이유로 브리핑 1시간 전에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연금 개혁하고 정권이 유지된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라고 부담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가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 분야에서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화’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밀려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노동쟁의 대상 제한 등도 숙의 과정을 지켜보자며 거리를 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지지율을 보면 노동계와 각을 세우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선을 넓히지 말자는 게 청와대 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