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투자 호황을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2일 한국은행이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개최한 ‘인구 고령화와 장수(長壽)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오늘날 한국은 유례없는 반도체 생산과 AI가 이끄는 투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지금은 미룰 때가 아니라 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는 중앙은행이 마주한 장기 과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생산성과 잠재 성장률, 장기 균형금리를 좌우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또 신 총재는 “인구구조 변화는 단기 충격과 달리 수십 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며 “만만치 않은 도전이지만 그만큼 늦지 않게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구조가 강력한 힘이긴 하지만 흔히 말하듯 인구가 곧 운명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 열풍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부모가 자녀의 교육 성취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해 평가하면서 교육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현상을 부모의 ‘지위 경쟁’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경쟁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8.4%에 달해 5분위 가구(상위 20%)의 5.1%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가 실제 1.92명보다 28% 많은 2.45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후미오 하야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명예교수는 “일본의 30년 장기 침체는 인구 고령화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한국,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나라에서도 비슷한 성장 둔화가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