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지하철이 닿지 않는 마지막 1~3㎞를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으로 잇는 국내 개인형이동장치(PM) 시장에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용 횟수가 1억 회에 달하고 시장 규모도 1조원으로 커졌지만, 이용자와 사업자는 오히려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이동 수요는 살아 있는데 이를 사업으로 연결할 기업 생태계는 쪼그라드는 역설이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다.◇수요는 있는데 뒤로 가는 시장
2일 한국PM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PM 시장 규모는 202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6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국내 주요 PM 서비스 이용 건수도 9800만 회로 1억 회에 육박한다.
국내 PM 시장은 글로벌 공유경제 열풍과 ‘라스트마일’ 이동 수요 확대가 맞물린 2018~2019년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후 사업자는 기기 대여에서 구매·정비, 배터리 충전·교환, 실시간 관제, 현장 재배치까지 맡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했다. 국내 업체로는 스윙, 지바이크, 빔모빌리티코리아, 피유엠피 등이 있으며 이들의 지난해 매출만 21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커지는 시장과 달리 이용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국내 주요 9개 PM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7월 말 기준 157만4752명으로, 1년 전(175만2740명)보다 10.1% 줄었다. 2023년 MAU가 220만6327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 이용자가 29%나 이탈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시장은 성장하는데 이용자는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성장 속도를 제도와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킥보드 등을 값싸고 편하게 이용하다 보니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보도 주행, 무단주차 등 부작용도 함께 커졌다”며 “여론이 좋지 않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차 공간 마련과 전용도로 개설 등 기존 교통 체계 안에 PM을 편입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규제만 내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규제가 등장했다. 2020년 12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PM을 탈 수 있게 했지만, 무면허 이용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자 불과 5개월 뒤 다시 법을 고쳐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면허를 요구했다. 13~15세 이용자가 배제된 것이다. 그러면서 달리는 길은 자전거도로로 묶었다.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원동기면허를 보유하면서도 통행은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탈출한 전기자전거도 규제 반복여기에 무단방치 등으로 민원이 잦자 강제 견인과 일부 지역 통행금지까지 더해졌다. 비용은 전부 PM 사업자의 몫이 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PM 사업자가 낸 전동킥보드 견인료는 113억5992만원에 달한다. A사의 견인·보관비는 2023년 2억3443만원에서 지난해 8억4827만원으로 3.6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41%)로는 감당이 안 된다.
A사 임원은 “견인·관리비로 빠져나가는 돈은 원래 신규 기기와 서비스 지역, 관제 기술, 해외 진출에 투자해야 하는 돈”이라며 “국내에선 어디로 확장할지가 아니라 어느 사업을 줄일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가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2020년 20곳이 넘던 국내 PM 사업자는 폐업과 철수, 합병·매각을 거쳐 현재 9곳이 됐다.
살아남은 업체는 전기자전거로 숨통을 틔웠다. B사는 서울 지역에서 전동킥보드를 2023년 3314대에서 올해 958대로 71% 줄이고, 전기자전거를 같은 기간 1106대에서 1만5636대로 14배 넘게 늘렸다. B사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움츠러든 것이지 라스트마일 이동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봤다”며 “자전거법상 요건을 충족한 전기자전거는 별도 운전면허가 필요 없어 이용 문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년 사이 B사의 전기자전거 매출 비중은 18%에서 97%로 치솟았다.
하지만 전기자전거에도 전동킥보드처럼 ‘판박이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방치 문제로 보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늘자 서울시는 오는 11월 공유 전기자전거를 견인 대상에 포함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킥보드와 마찬가지로 대당 4만원의 견인료와 시간당 1400원의 보관료를 부과해 내년 1월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규제 강화→기존 사업 축소→대체 이동 수단으로 이동→다시 규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맞이하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유 전기자전거는 버스와 지하철을 보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라며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와 시민의 통행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퍼스널모빌리티(PM)
전동킥보드·전동이륜평행차 등으로 1~3㎞ 안팎의 단거리를 주로 달리는 전동 이동수단.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