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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C 제조사로 알려진 델테크놀로지스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AI 서버 주문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기존 서버와 스토리지까지 함께 성장하며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델 주가는 올 들어 1일(현지시간)까지 232.6% 뛰었다. 이날 정규장에선 전 거래일 대비 6.8% 하락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10%가량 상승했다. ◇ AI 서버·교체 수요 ‘쌍끌이’
올 들어 델은 매 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크게 뛰고 있다. 지난 2월 실적 발표 다음 날 21.9%, 5월 32.8% 급등했다. 이날도 델은 시장 추정치를 웃돈 2분기 실적을 내놨다. 델은 2분기(2026년 5~7월) 매출 469억7000만달러, 영업이익 5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보다 각각 7.1%, 43.1% 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7.04달러로, 월가 예상치 4.91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AI 서버다. 델은 PC로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는 기업용 서버와 데이터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까지 공급한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2분기 AI 서버 주문액은 60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아직 납품하지 않아 매출로 잡히지 않은 수주잔액도 950억달러에 달한다. 제프 클라크 델 부회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콘퍼런스콜에서 “AI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지난 12개월간 1317억달러를 주문으로 전환했는데도 수주 파이프라인이 전 분기보다 늘었다”고 했다.
기존 서버 수요도 여전히 강하다. 전통 서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2% 증가했다. 기업들이 낡은 데이터센터 장비를 새 서버로 바꾸는 수요가 이어진 영향이다. 클라크 COO는 “122%에 달하는 증가율 대부분은 기존 기업 고객에서 나왔다”며 “수요가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보다 많다”고 했다.
데이터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수요도 늘고 있다. AI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이를 저장하고 보호할 장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델의 2분기 스토리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했다. 데이비드 케네디 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서버 매출은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7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델은 이날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250억달러 증가한 1920억달러로 상향했다. ◇ 월가 “24% 더 오른다”…부품난은 변수월가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팁랭크에 따르면 델을 분석하는 월가 애널리스트 14명 가운데 10명이 ‘매수’, 4명이 ‘보유’ 의견을 냈다. 이들이 제시한 12개월 평균 목표주가는 527.38달러다. 이날 종가 대비 24.09%가량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부품 공급난이 실적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서버 주문이 아무리 많아도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등 핵심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서버 생산량을 충분히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이 아예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원하는 만큼 제품을 만들어 제때 납품하기 어려워진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공급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씨티 애널리스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강한 수요를 감당할 만큼 부품을 확보할 수 있는지 묻자 클라크 COO는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엔 부품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D램과 낸드가 가장 부족하고, CPU와 디스크드라이브, 광학부품 등의 공급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