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홈플러스가 마침내 파산의 기로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법원장 정준영)는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고, 채권단 표결을 거쳐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즉시 인가 결정했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법원의 정식 승인 아래 마련된 일정에 따라 채권 변제 절차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계획안에 적시된 변제가 차질 없이 시작되면 기업회생절차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된다.
이날 집회에서 진행된 표결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재판부는 표결을 마친 뒤 "회생담보권자조 100% 찬성, 회생채권자조 75.90% 찬성, 주주조 100% 찬성으로 회생계획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가결 요건은 회생담보권자조 75% 이상, 회생채권자조 66.7% 이상, 주주조 50% 이상 찬성이어야 한다.
모든 조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결과가 나오자 재판부는 "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점을 고려해 회생계획안 인가 요건을 구비했다고 인정한다"고 결론지었다.
당초 납품업체 미지급금 등 상거래 채권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가 커 결의까지 난항이 예상됐으나, 이날 오후 3시 회의가 열린 지 2시간여 만에 신속하게 인가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향후 채권 변제가 계획대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다.
다만 정해진 상환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못할 경우 '인가 후 폐지' 결정을 내리게 되며, 이 경우 법원 직권으로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법원의 전격적인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이 내려졌으나, 피해 채권자들의 반발은 이날 확인됐다.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관계인 집회에서 "최소한 50%의 선변제가 2년 이내에 이뤄지도록 회생계획이 수정되지 않으면 계획안이 절대 통과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마련한 계획안은 신용카드 채권을 비롯한 일반 대여금 채권 등에 대해 원금과 회생 개시 전 이자를 전액 현금으로 갚는 틀을 갖췄다.
문제는 변제 시점이다. 실제 원리금 지급은 5년 차부터 10년 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분할 집행되며, 회생 개시 이후 발생하는 이자는 일체 탕감된다.
특히 전체 채무의 38.9%가 마지막 해인 10년 차에 몰려 있어, 채권자들이 핵심 자금을 손에 쥐려면 2037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비대위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어제 할머니 한 분은 '내 나이가 80살인데 5년, 10년을 기다리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며 "병원비는 오늘 필요하고 월세는 이번 달 내야 하는데 무너진 삶을 버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법원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청산가치 보장 원칙에 부합한다고 봤다. 자체 영업을 통한 잉여현금 창출과 보유 자산 매각, 추가 자금 차입 등을 종합했을 때 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상거래 채권자 등 공익채권단이 분할 변제 요구를 거부하고 일시 상환을 고수할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에 직면할 위험이 남아있다고 짚었다.
김광일 홈플러스 관리인은 "적자 점포 폐점과 고정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채권을 변제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라며 "임대료는 월 200억 원 이상, 인건비는 월 260억 원 이상 절감했다"고 했다.
이어 영업을 종료한 점포 중 자체 소유 부동산을 우선 처분해 빚을 청산하고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회사 자체에 대한 M&A도 추진해 채권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