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택지 보상 인력을 대폭 확충해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린다. 보상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44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는 게 목표다. 자금난으로 멈춰선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물론 착공 지연 우려가 있는 정상 사업장까지 매입임대 대상으로 확대한다. 2028년부터는 연간 10만 가구 착공과 30조원 규모 발주도 추진한다.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축인 LH 역할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지구 지정~착공 20개월 단축2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수도권 주요 주택 공급 현장의 보상 업무에 총 344명을 투입한다. 본사와 비수도권 숙련 인력, 상반기 채용 신입사원, 전문·경력 기간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달 보상 전문 인력 250명을 추가 채용한다.
인력 확충과 함께 절차도 손질한다. 신규 공공택지는 지구 지정부터 조성 착공까지 기간을 24개월로 20개월가량 단축한다. 기본조사 시작 시점을 앞당기고 감정평가를 병행해 기본조사부터 협의보상 착수까지 기간을 21개월에서 9개월로 줄인다. 협의보상부터 재결까지 이어지는 기간도 12개월에서 9개월로 축소한다. 보상금 수령 이후 이주·퇴거 지연 사례는 인센티브와 제재를 병행해 추가로 5개월 단축할 계획이다. ‘8·13 부동산 대책’의 공공택지 조기 착공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본사에는 ‘보상조기화지원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한다.
토지 소유자가 기본조사와 협의 계약, 자진 이전에 협조하면 시기에 따라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협조장려금’ 제도도 도입한다. 관련 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이성훈 LH 사장은 최근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보상 현장을 찾아 속도전을 주문했다. 1271만㎡ 부지에 6만700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내년 착공을 목표로 지난 7월 협의보상에 들어갔다. 보상 전담 조직은 1개 팀 21명에서 2개 팀 41명으로 확대됐다. 보상 개시 한 달 만에 계약 체결률은 27%, 보상금 지급 규모는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 멈춘 PF 매입 확대공공택지 착공을 앞당기더라도 민간 공급이 위축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LH가 멈춰 선 민간 사업장까지 끌어안으려는 이유다. LH는 자금난으로 중단된 PF 사업장을 청년·신혼부부용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매입임대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부실 사업장 위주에서 자금 조달 지연으로 착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상 사업장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신축 매입약정에 더해 준공됐거나 준공을 앞둔 주택을 사들이는 ‘기축 매입’ 도입도 추진한다. 사업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취득세 감면율을 15%에서 2027년까지 70%로 높이고, 토지확보지원금을 토지비의 70%에서 최대 80%로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신청 절차도 간소화한다. 입지 요건을 담은 약식 사업계획서만으로 신청할 수 있고, 입지 사전심의를 통과하면 서류심사를 면제한다. 다만 사전심의를 통과한 사업장은 1개월 내 설계도면을 보완해야 효력이 유지된다.
대상은 수도권 500가구, 규제지역 200가구 이상 규모의 부지를 보유한 개인과 법인이다. 매입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비 선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발주 물량도 확대한다. LH는 올해 5만 가구(14조9000억원), 내년 7만6000가구(25조7000억원)를 발주한 뒤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10만 가구 이상을 착공하고 연간 30조원 규모 발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민간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건설사 수주가 공공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보상비 선지출과 매입임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재무 부담 관리가 과제로 꼽힌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