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 2일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0년 만에 이 선을 넘어섰습니다. 1996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같은 날 미국 10년물 금리도 장중 4.81%를 넘어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독일 등 주요국 장기금리도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금리 충격은 연일 위험자산을 흔들고 있습니다. 1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또 한 번 일제히 하락했고, 이날 한국 코스피·코스닥지수도 각각 4%, 2% 큰 폭 하락했습니다.
지난주 8만 달러를 회복했던 비트코인은 이날도 추가 하락해 7만7000달러대까지 밀렸고, 금과 은, 구리, 농산물 등 금속·원자재도 며칠째 하락세입니다. 반대로 달러와 엔화는 모처럼 소폭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재무부의 장기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 이후 불거졌던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법정화폐 밖으로 피신하는 거래)’와는 또 다른 양상입니다.
시장은 지난 30여년 간 경험해보지 못한 조합, 미국과 일본의 동시 금리 인상 사이클의 가능성에 얼어붙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과 고금리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렸던 2022년 약세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감지됩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금리 더 밀어올린 일본 변수 지금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는 재료는 겹겹입니다.
미국이 이란을 추가 공습하고 이란은 중동 원유 수출 중단을 위협하며 국제유가는 내려올 기미가 없습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케빈 워시 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70% 가까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40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 연방정부 부채와 장기 국채 공급 부담,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러시도 구조적으로 장기금리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여기에 이번주 새로 불을 붙인 것이 일본 변수입니다. 오는 17~18일 금리결정회의를 앞둔 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이날 "이전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중동발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는지 이번 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일본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베센트 장관이 BOJ에 엔화 약세를 되돌릴 “단호한 통화정책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엔화 방어를 위해 약효가 떨어지는 시장 개입을 무한정 반복하지 말고 금리를 올리라는 것입니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0.3% 하락(엔화 강세)한 159.7엔 안팎에서 거래됐습니다. 한 달 전 미국과 일본의 대규모 공조 개입에도 다시 내줬던 160엔을 겨우 탈환했지만,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앞서 40년 만의 최저치인 164엔에 근접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없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면 더 큰 규모로 엔화를 사들여야 하지만, 미국은 이를 원치 않습니다. 미국채 최대 보유국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금리가 뛰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이제 9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우에다 총재 발언 이후 금리스왑(OIS) 시장은 BOJ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00%에 가깝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 관심사는 9월 이후 인상 속도입니다. JP모건은 "9월 금리 인상 후 12월에 또 한 번의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월가의 컨센서스는 Fed가 9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2월엔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금리를 올리는, 시장이 오랫동안 본 적 없는 조합이 열립니다. 두 나라가 같은 시기에 긴축을 진행한 건 1989년 봄이 마지막입니다. 美日 동시 긴축 현실화 될까이 조합이 시장에 갖는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BOJ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경우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의 자금줄(엔캐리 트레이드)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급격하게 높아질 경우 전 세계에 나가있던 일본 자금이 미국채를 비롯한 해외 자산을 팔고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글로벌 자산 배분과 금리 공식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2024년 8월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기억이 아직 선명한 투자자들로선 '미·일 동시 인상' 전망 앞에서 섣불리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BOJ의 금리 인상을 시장이 기정사실화한 지금은 '서프라이즈 긴축'에 증시가 무너졌던 2년 전과 다릅니다. 한 차례 인상으로 2024년의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인상 속도와 불확실성입니다. "2022년 약세장과는 다르다" 월가는 지금의 금리 상승이 2022년식 약세장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건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 상승 속도와 변동성입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채 시장 변동성 지수(MOVE)는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2022년 고점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고금리가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을 높여 경제 활동을 압박하는 조짐도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가계부채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이전보다 낮고, 기업 이익 전망은 계속 상향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의 성격도 2022년과는 다르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과 Fed의 가파른 긴축이 실질 성장률을 끌어내렸습니다. 지금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AI를 비롯한 전방위 투자가 금리 상승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는 미국 10년물 금리 4~5%는 위기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 시기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제가 초저금리 시대를 벗어나 견조한 성장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니시 카브라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는 "주식시장은 국채 금리가 0.5~0.6%포인트가 더 올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9월은 "전술적 약세" 그럼에도 9월 증시 방향에 대해선 신중론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JP모건 마켓인텔리전스는 6월 이후 유지해온 강세론을 접고 2일 '전술적 신중·중립'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Fed의 9월 금리 인상 확률 급등, 과밀한 포지셔닝, 9월 계절성, 모멘텀 팩터 급락 등이 이유입니다.
낙관론을 유지해온 시타델증권의 스캇 럽너 총괄도 2분기 실적 호재가 대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대규모 옵션 만기와 매크로 리스크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9월이 '전술적 하락 구간'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를 때 비중을 줄이고, 쌀 때 헤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10월 중순 이후의 기회를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AI 업종의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JP모간), 시장 심리가 과열됐다(네드데이비스리서치), 자금 순환의 동력이 부족하다(BTIG)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9월은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살얼음판 장세는 시장이 이 관문들을 하나씩 통과하기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4일(미국 동부시간) 8월 비농업 고용지표와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차 관문입니다. 이어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7~18일 BOJ 금융정책결정회의, 미·중 정상회담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금리에 얼어붙은 시장이 녹으려면, 확인해야 할 숫자가 아직 많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