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못 구해요"…日 '문구 천국' 열리자 2030 몰렸다 [강윤지의 유통 체크인]

입력 2026-09-02 17:01
수정 2026-09-02 17:34

2일 서울 성수동에서 문을 연 29CM와 일본 생활잡화 전문점 로프트의 문구 팝업 ‘페이지 투 페이지스’. 1층에 들어서자 노트와 다이어리,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등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익숙한 브랜드를 발견하자 곧장 매대로 향하거나 처음 보는 제품을 신기한 듯 하나씩 집어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인 스태프에게 제품의 특징과 사용법을 묻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팝업에서 특히 사람이 몰린 곳은 직접 문구를 써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원하는 재료를 골라 책갈피를 만들거나 스탬프를 찍는 체험에 방문객들이 줄을 섰다.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 매대 앞에서 제품의 색을 비교하며 한참 구매를 고민하는 고객도 많았다.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제품이 많아 매대 곳곳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번 팝업은 29CM가 일본 로프트와 함께 마련한 첫 한·일 문구 행사다. 약 300평 규모의 2층 건물에 한국과 일본의 문구·라이프스타일 브랜드 39곳을 모았다. 1층에서는 로프트가 고른 일본 브랜드 29곳을, 2층에서는 29CM가 큐레이션한 국내 브랜드 10곳을 선보였다.

1층 일본 브랜드 가운데 14곳은 국내 정식 유통망이 없거나 판매처가 제한적이다. 일본의 시스템 다이어리 브랜드 애쉬포드와 주문 제작 노트 브랜드 하이나인 노트, 다이어리 브랜드 호보니치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나인 노트 매장에서는 표지와 내지, 링 등을 직접 골라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김밥을 모티브로 만든 마스킹테이프 등 이번 팝업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도 선보였다.


2층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원모어백과 오이뮤, 모스 등 국내 브랜드가 자리했다. 일본 문구가 기능과 사용 목적에 맞게 세분화된 상품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면 국내 브랜드는 빠르게 바뀌는 캐릭터와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이 많았다. 한 공간에서 양국 문구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었다.

문구가 단순한 사무용품을 넘어 취향을 드러내는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소비가 늘고 있다. 올해 1~8월 29CM의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이상 증가했다. 다이어리·플래너 거래액은 63% 넘게 늘었고 스티커와 책갈피·북커버 등 꾸미기·독서 관련 상품 판매도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열린 문구 페어에는 닷새간 2만5000명이 찾았다.


29CM가 이번 행사를 연 배경에도 이런 변화가 있다. 그동안 국내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해외 브랜드까지 직접 찾아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로프트가 한국에서 자사 이름을 내건 팝업을 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9CM는 이번 팝업을 계기로 문구뿐 아니라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해외 브랜드 소싱을 확대할 계획이다.

29CM 관계자는 “문구가 기능적인 상품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팝업을 통해 해외 브랜드에 대한 국내 고객의 반응과 수요를 확인하고 글로벌 브랜드 큐레이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