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도서지역을 오가는 여객선과 선착장 상당수에서 차량 추락 방지시설이 부족하거나 승객과 차량의 승하선 동선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등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박에서는 운항 중 차량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거나 승객이 차량 갑판에 머무르는 사례도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경기·경상·전라·제주·충청 등 5개 지역 선착장 25곳과 여객선·도선 13개 항로를 대상으로 로로(Ro-Ro) 여객선박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로로 여객선박은 승객이 직접 차량을 싣고 내릴 수 있는 선박으로 카페리 여객선과 차도선 등이 포함된다.
선착장에서는 차량 추락이나 미끄럼 사고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부족한 곳이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 선착장 25곳 가운데 11곳은 추락 위험구역을 알리는 표지나 바닥 도색 등이 미흡했다. 누구나 차량을 몰고 들어갈 수 있는 개방형 선착장 18곳 중 16곳에는 볼라드나 차막이 등 차량 진입을 막는 시설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았다.
바닷물에 수시로 노출돼 미끄러질 위험이 큰 경사로 관리에도 허점이 있었다. 경사로 형태의 선착장 13곳 중 5곳은 노면이 상당 부분 마모되거나 부식됐고, 미끄럼방지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과 승객이 동시에 선박을 오가는 승하선 과정에서도 사고 위험이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는 로로 여객선 승하선 과정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거나 이동 시간을 달리하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이나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 조사 대상 13개 항로 가운데 대형 여객선 2개 항로만 승하선 램프에 펜스나 방호울타리 등을 설치해 보행자 전용 공간을 확보했다. 나머지 소형선박 11개 항로는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7개 항로는 차량과 보행자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움직이도록 안내하고 있었지만, 차량 속도가 빨라 결국 보행자와 이동 경로가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 나머지 여객선 4개 항로에서는 별도의 통행 시차조차 두지 않았다.
운항 중 차량 관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2개 항로에서는 차량을 정해진 적재 위치와 다르게 배치하고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고, 3개 항로에서는 쐐기 등으로 차량을 고정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차량 고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파도나 선박 움직임에 따라 차량이 이동하거나 한쪽으로 쏠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승객의 차량 갑판 출입 관리도 허술했다. 조사 대상 13개 항로 중 8개 항로에서는 승객이 운항 중 차량 안에 그대로 머물거나 차량 갑판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여객선 업체들은 자체 규정으로 운항 중 차량 갑판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업체에 승하선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하도록 권고했다. 관계 부처에는 운항 안전관리 현장 점검과 감독을 강화하고 승하선 안전관리 기준 및 선착장 안전시설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