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21조 슈퍼 예산…반도체 초호황 끝나도 지속 가능한가

입력 2026-09-01 17:47
수정 2026-09-02 00:10
일시적인 세수 호황을 영구적인 지출 확대의 재원으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재정건전성은 호황기에 얼마나 많이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호황이 끝난 뒤에도 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93조원) 늘린 820조9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증가폭과 증가율도 사상 최고다. 내년도 나랏빚이 1500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초(超)확장예산’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씀씀이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가져온 이례적인 세수 호황이 있다. 이 덕분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1%로 줄어든다. 국가채무비율도 48.3%로 3%포인트 이상 낮아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돈을 역대급으로 쓰면서 재정건전성까지 좋아지는 이상적인 예산안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재원 역시 추가세수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소득세가 급증하지 않았다면 존재할 수 없는 돈이다.

문제는 세수 호황을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볼 수 있느냐다. 대외 경기에 출렁이는 기업 실적과 세수 전망을 근거로 지출 규모를 늘려 놓는 것은 재정 운용의 안정성을 해친다. 정부 계획을 보면 총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 임기 말인 2030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선다. 게다가 지역·청년 지원, 영유아 교육·보육 등 미래대응기금에 할당된 항목 상당수는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때 사업 자체가 표류하거나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밖에 없다. 기금 신설은 예산의 통일성과 국회 심의권도 약화시킨다.

지금의 재정 설계는 세수가 계속 좋을 때만 작동하는 구조다. 국세 수입이 2030년까지 연평균 13.4%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낙관적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끝날 수 있지만, 호황기에 늘린 재정 청구서는 다음 세대에 부담으로 남는다. 국회도 세수 호황에 가려진 지출의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