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스파이법' 조속 제정이 답이다

입력 2026-09-01 18:39
수정 2026-09-02 00:09
최근 군산공항 인근에서 전투기 교신을 은밀하게 도청하던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중국인이 적발돼 구속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범행 수법이 워낙 교묘해 모르는 채로 넘어갈 뻔한 사건이었으나, 국가정보원의 끈질긴 첩보 수집과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고 한다. 국정원이 핵심 단서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며 국가 안보의 최전선을 든든히 지켜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경제안보 위협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군사 영역에서의 안보 위협 사례로만 볼 수는 없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례처럼 산업스파이들은 관광객으로 위장하거나 국내 기업의 주요 임직원에게 파격적인 처우 보장, 합작법인 설립, 컨설팅 명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파고들어 국가 핵심기술을 빼 가고 있다.

국가핵심산업정보에 대한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13일부터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개정 형법이 시행된다. 경제안보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지만, 치열한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개정된 간첩죄만으로는 고도로 지능화한 산업스파이를 온전히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외국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사기업’이 브로커를 동원해 기술을 빼돌리는 민간 영역의 범죄가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형법 해석상 범죄 배후가 단순 사기업일 경우에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최근 5년간 국가핵심산업정보의 해외 유출로 인한 경제적 피해 추산액은 약 23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관련 범죄의 유죄 선고형 중 집행유예 비율이 70~80%에 육박하고 평균 선고 형량은 1년9개월에 불과하다. 산업스파이들 사이에서 “적발되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사법 체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4일 ‘산업스파이 가중처벌 특별법’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기술 유출을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안보 범죄로 규정하며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범죄 배후에 외국 정부가 개입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는 ‘경제간첩죄’를, 외국 사기업이 개입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경제이적죄’를 신설했다. 여기에 법인 벌금 최대 200억원 병과, 공소시효 25년 연장, 역외적용 규정 등을 담아 범죄 억지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법도 현장의 방첩·수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국가핵심정보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조각난 정보를 분석·평가할 수사망을 강화하고 사법 제도와 양형 기준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 이번 특별법이 정보·수사기관의 방첩 권한을 법제화하는 근거를 마련한 만큼, 국가정보원이 해외 정보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안보의 중심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총성 없는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미국은 ‘경제스파이법(EEA)’을, 대만은 ‘국가안전법’을 통해 이미 산업스파이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대한민국 국민의 땀방울로 일군 핵심 기술의 유출은 곧 국가 존립의 위기로 직결된다. 뼈아픈 국부 유출을 막아내기 위해, 조속히 이 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