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달러 손실에도…애크먼, 넷플릭스 '재베팅'

입력 2026-09-01 18:10
수정 2026-09-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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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버핏’으로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넷플릭스로 돌아왔다. 2022년 넷플릭스에 투자했다가 4억달러 넘는 손실을 보고 전량 매도한 지 4년 만이다.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는 이달 공개한 반기 보고서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해 비자, 마스터카드, S&P글로벌,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 알콘 등 6개 종목에 새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장펀드 퍼싱스퀘어USA는 넷플릭스 주식 315만 주를 보유했다. 이는 포트폴리오의 4.9%에 해당한다.

◇광고 매출 30억달러애크먼은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한 2022년 1월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주식 약 310만 주를 처음 사들였다. 10 대 1 주식분할을 반영하면 현재 기준 약 3100만 주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넷플릭스가 10여 년 만에 처음 가입자가 감소했다고 발표하자 모두 팔아치웠다. 석 달 만에 4억달러 넘는 손실을 확정했다. 당시 애크먼은 사업 모델이 크게 달라져 장기 실적을 충분히 확신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4년 뒤 넷플릭스에 대한 퍼싱스퀘어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애크먼은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진단했다. 퍼싱스퀘어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3억2500만 명이 넘는다. 세계 최대 가입자 기반을 활용해 경쟁사보다 많은 돈을 콘텐츠에 쓰면서도 가입자 한 명당 부담하는 비용은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익 구조도 개선됐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지출(현금 기준)은 2021년 이후 연평균 약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1%에서 31.5%로 높아졌다. 이익의 약 90%를 잉여현금흐름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회사는 이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한다. 2022년 불확실성을 키운 광고 사업은 올해 매출 3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PS 20% 증가 기대애크먼이 4년 전보다 넷플릭스를 싸게 산 것도 아니다. 퍼싱스퀘어는 넷플릭스 매출이 앞으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하고, 콘텐츠 비용은 매출보다 느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사주 매입 효과까지 더하면 주당순이익(EPS)이 연평균 약 20%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평균 취득가를 적용한 예상 PER은 약 24배로 추정된다. 이를 EPS 증가율 20%와 비교한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은 약 1.2배다.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만큼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월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로버트 피시먼 모펫네이선슨 애널리스트는 해외 가입자 증가와 가격 인상, 광고·라이브 콘텐츠 확대가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이들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증가하는 비용이 크지 않고, 꾸준한 이익률 상승과 높은 잉여현금흐름 전환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시카 레이프 얼리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도 “현재 주가가 세계 3억 명 이상의 가입자와 막대한 시청 시간을 확보한 플랫폼의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고와 라이브 콘텐츠 사업이 장기간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봤다.

넷플릭스의 적정 가치를 둘러싼 월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투자조사업체 모닝스타는 넷플릭스의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뒤 적정 주가를 80달러로 유지했다. 31일(현지시간) 넷플릭스 종가가 81.05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모닝스타가 산정한 적정 가치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도 투자의견 ‘비중 확대’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90달러에서 83달러로 낮췄다.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BoA는 매수 의견과 함께 105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로스 베네스 이마케터 선임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 매출의 대부분이 여전히 구독료에서 나온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광고 사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4년여 전 시장이 기대한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