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에서 자동 감속하는 카카오 자율주행

입력 2026-09-01 17:37
수정 2026-09-02 00:41
지난 31일 밤 10시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앞. 굵은 빗줄기에 차선이 사라지고, 맞은편 차량 불빛에 시야도 번졌다. 이런 도로를 카카오모빌리티의 심야 자율주행차 ‘서울자율차’는 조용히 달렸다. 6대의 서울자율차는 평일 밤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강남 일대에서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고 있다. 이날 시범운행을 시연한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매니저(세이프티 매니저)의 두 손은 터널을 포함한 4.8㎞ 구간 내내 무릎 위에 있었다.

◇엔드투엔드 데이터 확보어린이 보호구역이란 안내 음성이 나오자 서울자율차는 속도를 줄였고, 보호구역에 진입하자 최고속도를 시속 24㎞로 맞췄다. 보호구역에선 법정 제한속도(시속 30㎞)의 80%로 최고속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 자율주행의 일종의 ‘블라인드 스폿’이었다. 이전에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서 자율주행 기능 이용이 제한됐다. 지난 1월 보행자 안전을 위한 운행계획을 세우고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으면 보호구역에서도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길이 열렸다.

이전에도 자율주행차 센서는 보호구역에서 주행 데이터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람이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에 인공지능(AI)이 실제 도로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해 끝까지 통과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일반도로에서 보호구역을 거쳐 다시 일반도로로 나오는 전 과정을 자율주행 상태로 시험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보호구역에서 인간이 개입하면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무개입 주행 경험을 쌓기 어렵다”며 “레벨4(L4)로 가기 위해 실제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 내야”이날 탑승한 차량은 카카오모빌리티가 ‘3세대’로 분류하는 기아 EV6 기반 자율주행차다. 현재는 운전석에 자율주행 매니저가 동승하는 레벨3(L3) 수준으로, 라이다(LiDAR) 3개와 레이더 5개, 카메라 7개 등 총 15개의 센서가 쉬지 않고 주변 환경을 읽는다. 차량은 AI가 주변 상황을 보고 주행 경로를 판단하되, 신호 준수와 차간거리 확보 같은 안전 규칙은 별도로 강제하는 방식(룰베이스 방식)으로 움직인다. 레벨3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책임진다.

카카오는 향후 인지부터 판단·제어까지 하나의 AI 모델이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2E) 기술 적용을 늘려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자율주행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퓨처링크와 손잡고 2028년까지 200대의 자율주행차를 한국에 들여오겠다고 밝힌 중국 포니AI는 현재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서 L4 로보택시를 상업 운행 중이다. 중국 바이두, 미국 웨이모 등도 한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도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타는 단계에서 벗어나 레벨4 무인운행으로 전환하고 차량과 서비스 구역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