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강남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 일대 개발 구상에 대해 “일원동이 다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사업이라면 매우 곤란하다”고 말했다. 청년주택과 첨단산업을 함께 넣어 지역경제와 주거환경을 동시에 개선해야 하며, 가장 큰 난제인 하수처리장 이전 대책도 개발계획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 구청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와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이 한 동에 함께 있는 곳은 일원동뿐”이라며 “오랫동안 침체된 지역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오 시장의 구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천편일률적으로 주택만 짓는 것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첨단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거환경까지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천 개발에 대한 김 구청장의 공개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시장은 정부가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그 대안으로 약 39만3000㎡ 규모의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세텍(SETEC) 일대를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청년주택 1만~1만3000가구와 첨단산업 시설 등을 조성하는 구상이다.
김 구청장은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이전 방침을 발표하려면 어디로 옮길 것인지까지 함께 밝혀야 정책의 집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며 “서울 안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체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면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현재 부지 안에서 시설을 고도화해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수처리 기술 발전으로 과거만큼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아직 활용하지 않은 제3처리장 부지에 새 시설을 짓고 기존 제1·2처리장을 차례로 철거하는 방식이다. 김 구청장은 “이전할 땅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지 위에 조성된 마루공원과 일원에코파크를 대체할 공원, 여가시설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강남구의 또 다른 현안으로 재건축·재개발을 꼽았다. 관내 103개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화합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41명의 전문가 지원단을 갈등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부서별로 흩어진 인허가 절차도 통합해 자치구 소관 처리기간을 240일에서 154일로 35.8% 줄일 계획이다.
내년 2560가구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2만7330가구 규모 정비사업 착공을 추진한다. 특히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2~5구역을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압구정 재건축에 서울시가 공공보행로와 한강변 도로 덮개공원 등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공공기여는 필요하지만 민간사업의 수익성을 훼손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서 로봇산업과 테헤란로 벤처캐피털·스타트업을 잇는 ‘K-테크밸리’도 추진한다. 김 구청장은 “500억원 규모의 ‘강남 넥스트유니콘 펀드’를 조성해 강남에 들어오는 로봇·AI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