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저축 과잉 시대 저물어…이젠 투자 급증의 시기"

입력 2026-09-01 17:26
수정 2026-09-02 00:52

글로벌 자금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여 년간의 ‘저축 과잉 시대’가 저물고 ‘투자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며 투자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을 정의한다면 ‘글로벌 투자가 급증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최근까지 G20 회의에서는 글로벌 저축 과잉이 화두였다”며 “그러나 상황이 역전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경제계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즌 소장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중앙은행들은 저축 과잉이 사라진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축 과잉은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2005년 3월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아시아 신흥국과 중동 산유국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 국채를 매집하며 장기 저금리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이후 20년 동안 글로벌 자본 시장 흐름을 설명하는 핵심 이론 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생산설비 투자 등이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워시 의장은 “투자 폭발은 우연이 아니다”며 “민간 부문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의 분석이 맞다면 성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대규모 AI 투자가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며 기업 실적 역시 호전될 수 있어서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장기 성장의 동력이 될지를 놓고 Fed가 최근 집중 연구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5%에 이르는 ‘뉴노멀’이 고착화하면 개인과 한계기업은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 포즌 소장은 “투자 경쟁은 경제 전반의 팽창으로 이어져 자본 수요가 증가하는 선순환을 초래하면서 ‘초저금리’와 ‘유동성 과잉’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어렵게 한다”며 “정부, 기업, 개인 모두 높은 조달 비용을 기조로 한 장기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