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사장의 지역 영화축제로 시작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거듭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 달 6일부터 열흘 간 315편의 작품으로 영화 애호가들과 만난다. 올해부터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영화제로 공식 인정받은 만큼,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의 두 번째 수상작에도 관심이 쏠린다.
BIFF 조직위원회는 1일 서울 남대문로4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작과 경쟁 부문 초청작 및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부산 일원 8개 극장에서 열리는 올해 BIFF는 59개국 영화 246편을 공식 초청한다.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초청작만 95편에 달한다. 관객 참여형 행사인 커뮤니티비프(69편)까지 포함하면 총 315편이 스크린에 걸린다.오스카가 인정한 ‘6대 영화제’
가장 주목도 높은 섹션은 BIFF가 경쟁영화제 체제로 전환하며 지난해 신설한 경쟁 부문이다. 신예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김정훈 감독의 ‘면도’ 등 한국 감독의 신작 4편을 포함해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리버스’, 대만 감독 ‘평범하기 위하여’, 이란의 국민 감독 마지드 마지디의 ‘빵과 책’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 14편이 리스트를 채웠다.
BIFF는 심사를 통해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주는 대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의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올해 경쟁 부문 출품작 수준과 영화적 층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BIFF의 설명이다. 실제로 BIFF는 올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가 지정하는 ‘A리스트’ 영화제로 격상되며 글로벌 17개 영화제로 위상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 3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국가별 공식 출품작 외에 별도 자격을 부여하는 6개 영화제 명단에 칸, 베니스, 베를린 등 3대 국제 영화제와 북미 주요 영화제인 선댄스, 토론토 국제영화제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BIFF가 공식적으로 전세계 최고 영화제로 평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해 신설한 경쟁부문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늘어난 관람기회, 넓어진 장르폭올해 BIFF는 수요일에 개막하던 관행을 깨고 화요일로 하루를 앞당겼다. 지난해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23만 명이 방문하고, 통상 개막 첫 주에 관객이 몰리는 것을 고려해 관람 기회를 확대하는 조치다. 화요일 개막과 함께 소개될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로맨틱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선정됐다.
세계적인 화제작을 엄선해 관람 수요가 높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는 정주리 감독의 ‘도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화를 실사로 연출한 신작 ‘룩 백’ 등 다섯 편이 상영된다. 세계적인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섹션은 지난해보다 세 편 늘어난 35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의 ‘피오르’ 등이 나온다.
올해 BIFF에선 애니메이션 장르의 상영이 눈에 띈다. K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지난해 일본과 중국의 연간 흥행 1위를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등 관련 수요가 부쩍 오름세인 흐름을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이 관객과 만난다.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감독 대신 데즈카 오사무, 오시이 마모루 등 애니메이션 역사에 획을 그은 거장이 남긴 오리지널 극장판 작품 13편을 선보인다. 일본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사전’(1958),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극찬한 ‘메트로폴리스’(2001)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BIFF에서 펼쳐질 레드카펫도 화려할 전망이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이 15년 만에 부산을 찾는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경쟁 심사위원장을 맡은 매기 질렌할은 메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단편 ‘플래시 임팩트’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프랑스 배우 이사벨 위페, 신작 ‘가능한 사랑’을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도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