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18조원대로 편성했다. 앞서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모두의창업 예산을 7배로 늘리고 소상공인 건강돌봄 사업을 신설하는 등 신규·핵심 사업을 확대하면서 전체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10% 가까이 불어났다. 상생배달앱 지원 예산의 대부분은 단순 할인쿠폰으로 활용돼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1일 중기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18조724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본예산(16조5233억원)보다 9.4%(1조5491억원) 늘어난 규모다.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12.8%)보다는 낮지만 중기부가 앞서 3조3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재정 확대폭은 크다는 평가다.
노용석 중기부 1차관은 “창업, 성장, 도약, 재도전까지 국가가 함께하는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고 경제 성장의 온기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소상공인까지 확산하도록 핵심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전 중기부 장관)의 역점 사업인 ‘모두의창업’ 예산은 4411억원으로 올해 본예산(628억원)의 7배로 늘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2003억원을 포함한 총 예산(2631억원)과 비교해도 67.5% 증가했다. 중기부는 늘어난 예산을 활용해 선발 인원을 2만명으로 확대하고 참가자 간 커뮤니티 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은 모두의창업에 흡수된다.
소상공인 건강돌봄 사업도 새로 시작한다. 소상공인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때 발생하는 휴업 비용과 대체인력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총 205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중기부는 우선 20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이 편성했다. 건강검진 후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유사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중복 지원 여부가 변수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해 중복 지급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 200만명을 선정하는 기준은 올해 하반기 마련할 예정이다.
상생배달앱 지원에는 1240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이 소비자 할인쿠폰 예산이다. 중기부는 현재 전국 12개 공공배달앱 가운데 공공성과 시장성을 기준으로 3~4개를 오는 11월까지 선정, 내년부터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배달앱이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 대상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소상공인의 구조적인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할인쿠폰에 의존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우수한 식당이 공공배달앱에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스타트업 투자 지원도 확대한다.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역대 최대인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신안보와 인공지능(AI) 딥테크 등에 투자하는 차세대 유니콘 프로젝트에는 5250억원을 배정했다.
안보 분야 전문 투자기관을 설립하기 위한 예산도 38억2000만원 편성했다. 한국벤처투자의 자회사 형태로 설립할 예정이며, 한국벤처투자가 자본을 출자하고 향후 조성되는 펀드는 중기부와 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앞서 지난달 부처별로 흩어진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약 3조3000억원의 지출을 줄였지만 이를 모태펀드, 모두의창업, 소상공인 건강돌봄, 상생배달앱 등 신규·핵심 사업에 다시 투입하면서 내년도 예산은 오히려 1조5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중소기업 모태조합 출자와 모두의창업, 소상공인 건강돌봄 지원, 상생배달앱 등에 재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