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할 때만 '관례'?…조희대·용혜인 두고 여야 아전인수 해석

입력 2026-09-01 15:50
수정 2026-09-01 16:11
최근 정치권에서 '관례'를 둘러싼 여야의 논리가 사안마다 뒤바뀌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두고는 민주당이 "관례를 깼다"고 비판하고 국민의힘이 엄호한 반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장관 지명과 의원직 유지 문제에서는 국민의힘이 관례를 앞세우고 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를 두고 여야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하더라도 후순위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권의 오래된 관례"라며 "그런데 용 후보자는 당의 존립을 앞세워 자신에게만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차례나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대표 의석을 얻고, 이제 와 그 구조의 한계를 내세워 의원직까지 지키겠다는 것은 소수정당의 어려움이 아니라 정치적 특혜의 연장일 뿐"이라며 "위성정당의 혜택은 누리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국민에게 양해해 달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용 후보자는 당의 존립을 방패 삼아 관례와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장관직과 의원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고 후순위 후보가 승계하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겸직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의힘의 공세에도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을 강조하며 야권의 공세에 방어막을 쳤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장관으로 가야 한다는 건 법적 구속사항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최고위원은 "비례대표를 두 번 할 정도로 실력 있다. 이런 것들이 균형 있게 평가되길 바란다"며 "곧 청문회가 있을 것이니 그때 용혜인 내정자 해명을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두둔했다.

청와대 역시 "소명 기회가 필요하다"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직 유지를 용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장관 지명자 관련해선 인사 청문 과정을 통해 지금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질문과 의구심에 대해서는 소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용 후보자가 기존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다음 순번이 있는 경우는 당연히 비례대표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며 "본인의 전문성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가 됐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개인 자격임을 전제로 페이스북을 통해 "용 후보의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장관직 그리고 의원직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하시라"며"과도한 특혜와 욕심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과 보름 전 '관례'를 둘러싼 논쟁에서 여야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해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제청했다.

그동안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는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직접 만나 후보자를 제청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번에 청와대를 찾지 않고 서면으로 후보자를 제청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이건태 의원은 "청와대와 협의 없이 제청한 것은 관례를 깬 것이자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국회로 임명동의안이 넘어오더라도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역대 대법원장들은 임명권자를 직접 찾아 제청해 왔다. 조 대법원장은 그 전통마저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이나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급기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에게 서면 제청 사태에 대해 추궁하겠다며 현안질의 출석을 요구했다. 불출석할 경우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관례는 관례일 뿐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조 대법원장을 엄호했다. 당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관례를 어긴 것이 탄핵사유라면,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탄핵대상"이라고 했다.

이처럼 같은 '관례'를 두고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 사안마다 원칙이 달라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 때는 민주당이 관례를 앞세웠고, 용 후보자 문제에서는 국민의힘이 같은 논리를 꺼내 들었다"며 "결국 관례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